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4.4분기 한국경제프로그램의 핵심은
은행이 기업에 빌려준 돈 관리(여신관리)가 까다로워진다는 점이다.

한국은행들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자산(여신)건전성 규제제도가 차례로
도입된다.

새 제도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금은 기업이 이자를 못 낼 경우 불건전여신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2000년 1월부턴 이자를 내더라도 빚 갚을 능력이 약해 보이면
불건전여신으로 분류된다.

불건전여신으로 분류되면 은행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그만큼 수지가 나빠진다.

은행들은 수지악화를 초래할 기업에 돈 대주길 꺼려할 것이다.

빚을 갚을수 있는 능력은 여러가지 기준으로 은행들이 판단한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이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기업들은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로 낮추라는 정부압력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새 제도는 정부 압력보다 더 강한의지가 담겨 있다.

구체적인 규제도 따라 붙는다.

한 계열에 돈을 빌려줄수 있는 한도(동일계열여신한도)가 2000년 1월부터
총자본의 45%로 규제된다.

총자본이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기본자본+보완자본)이다.

지금은 은행자기자본의 25%로 규제하고 있다.

새 기준대로라면 50조4천억원이 한도를 넘는다.

한도초과 여신은 제도를 시행한후 3년간 줄여야 한다.

거액여신규제도 강화된다.

거액여신이란 은행 총자본금의 10%를 넘는 여신이다.

이 여신의 합계를 2000년 3월까지 총자본금의 5배로 줄여야 한다.

시중은행들의 거액여신비율은 대체로 총자본금의 7-11배에 달하고 있다.

거액여신축소부담이 만만치 않게 된다.

이는 곧 대기업에 대한 자금줄이 조여질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은행이 증자를 하거나 외자유치를 통해 자기자본을 늘린다면 대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릴수 있다.

하지만 주가나 낮은 신용등급을 감안하면이는 여의치 않다.

앞으로 은행 돈줄이 더욱 조여질 수 밖에 없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정부와 IMF 합의는 이처럼 은행여신관리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수 밖에
없다.

사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이 외국금융기관에 팔리면 두 은행의 대기업
여신관행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은행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은행은 대기업여신 축소를 줄기차게 요구
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IMF간 합의로 은행들은 기업구조조정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은행에는 공적자금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미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은행이 정부의 의중을 제대로 읽고 기업구조조정
을 열심히 유도해야 함은 물론이다.

결국 이번 IMF 합의는 기업구조조정을 촉구하는 채찍으로 볼수 있다.

국제사회에선 한국의 기업구조조정이 더디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IMF도 같은 입장이다.

기업의 상환능력을 고려한 자산건전성 분류나 새로운 여신관리제도 등이
기업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주마가편이라고 할수 있다.

이번에 보험사 증권사 투신사 등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강화키로 한 것이나
국책은행 등에 대한 검사권을 금융감독위원회에 준 것도 크게 보면 같은
맥락이라고 할수 있다.

< 고광철기자 gwa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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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분기 경제정책 합의사항 ]

<>내년 경제 전망

.성장률-내년중 플러스성장 회복
.물가-5%로 안정
.경상수지-2백억달러 흑자
.외환보유고-98년말 4백50억달러이상, 내년도 증가 지속

<>거시정책

.저금리와 금융완화정책 지속
.본원통화(RB)한도 합의사항
.총유동성(M3) 구속성없는 전망치로 변경(99년 1.4분기 한도-8백27.7조원)
.올해와 내영 각각 GDP대비 5%의 재정적자 재확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