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OJ 심슨"으로 통했던 외과의사 이도행 피고인.

그는 지난 96년 2월 23일 치과의사인 처와 한살배기 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당시 서울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손용근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시한 살해
증거를 인정, 그에게 법정최고형을 선고했다.

항거불능인 무고한 한살배기 자식까지 살해한 것은 사형에 처해 마땅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로부터 4개월여후인 96년 6월 26일.

4개월간의 치열한 항소심끝에 이 피고인은 무죄로 풀려났다.

담당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강완구 부장판사)는 "범행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확신을 가질 정도로 엄격한 증거가 없을 경우 피고인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을 확인한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13일 대법원2부(주심 이용훈 대법관)는 최종심에서 무죄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증거를 전혀 인정치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유죄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

한 사건에 무죄와 사형이라는 극단의 판결을 내린 판사가 엄존하는 현실.

사형에서 무죄로 다시 유죄로 뒤바뀌는 이도행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판사는 제시된 증거범위내에서 판단한다.

증거가 불분명하면 실체적 진실(살인)을 가리기 힘들다.

"신만이 진범을 안다"는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씨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고기완 < 사회1부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