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제6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는 보다 확실한 지원을 요구하면서 위기를 겪은 나라엔 개혁을
촉구해 양쪽 무두에서 지지를 이끌어 낸다는 구상이다.

그 구체적 내용이 17일 제시할 "아시아 공동 경제회복 프로그램"이다.

모든 회원국들이 동시에 재정지출 확대와 금리인하, 위기국 지원에 나서
경제회복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방안이다.

회원국들이 개별적으로 경제회생 시책을 펴는 것보다 모든 회원국이
한꺼번에 부양책을 쓸 경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강봉균 청와대경제수석은 이와관련, "회원국들의 경제상황이 다같이 어렵기
때문에 각국이 수출경쟁을 벌이면 오히려 경제회복을 더디게 만들수 있다"며
"회원국의 행동통일이 이뤄져야 조기에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
했다.

김 대통령이 제시할 재정지출 확대는 APEC에서 논의되고 있는 무역.투자
확대와도 직결된다.

아시아 국가들은 중남미 동유럽 등에 비해 재정이 튼튼한 편이어서 재정
지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편이다.

이 때문에 역내 회원국들이 동시에 재정지출 확대에 나설 경우 역내 교역도
활발해져 그만큼 경제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 경제력이 앞선 나라로 하여금 경제난을 겪고 있는 국가로
부터의 수입을 늘리도록 촉구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금리인하 주문도 선진국들에 대한 공세적 성격이 강하다.

미국은 이미 2차례 금리인하 조치를 취했지만 추가인하의 여지가 있다.

공동선언으로 채택될 경우엔 미국이 독일등에 금리인하 압박을 가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국제적 금융지원 확대는 이미 미국과 일본 등이 추진하기로 한 1백억달러
추가지원(아시아 성장회복 프로그램)과 "미야자와 플랜"의 실천을 재촉하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돼 경제대국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점을 감안, 선진국들이 위기국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대통령은 한편으론 한국 태국 등 금융위기를 겪었거나 일본 말레이시아
처럼 상황이 좋지않은 국가들에겐 경제개혁을 촉구하는 입장을 밝힐 계획
이다.

김 대통령의 "아시아 공공 경제회복 프로그램"에 대해선 한덕수 통상교섭
본부장이 이미 각국 대표들과 사전정지 작업을 했다.

김 대통령도 APEC 정상회의 전 개별 정상회담을 통해 설득작업을 벌여
정상회의 폐막때 채택될 공동선언에 기본적인 원칙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서 이 프로그램 이외에 정상회의 5개 의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계획이다.

이미 합의에 실패해 세계무역기구(WTO)로 넘기기로한 무역.투자자유화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으로 중소기업 육성, 전자상거래 확산,
실업해소를 위한 공동직업훈련 등의 사안에 대해서도 한국의 역할을 분명히
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통령 이번 회의에서 보여주는 자세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중간자의
입장이다.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로서 반성할 일과 요구할 사항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밝힌다는 것이다.

이같은 김 대통령의 행보는 위기를 극복해 가는 한국의 입지를 부각시켜
주면서 양측의 지지를 받아내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콸라룸푸르=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