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득광하천만간
대비천하한사구환안
풍우부동안여산

어떻게 하면 천만 칸 넓은 집을 지어, 이 세상 추위에 떠는 사람 온통
감싸서 환한 얼굴로, 비바람 몰아쳐도 태산처럼 끄덕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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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때의 시인 두보가 가을 바람에 자기 집 띠지붕이 날아가고 장대같이
내리는 비에 지붕이 새 온통 젖은 몸으로 추위에 시달리며 밤을 지새다가
문득 어려움을 겪는 다른 사람에 생각이 미쳐 읊은 시이다.

모옥위추풍소파가 가운데 한 토막이다.

자기에게 닥쳐 온 재난을 걱정하는 마음이 온 세상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번졌으니 그야말로 숭고한 사랑의 정신이라고 할 만하다.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실업자 노숙자의 고달픔과 추위를 남의 일로만 생각하지 말자.

<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