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수돗물값이 평균 14.9% 오르고 지하철 국내선항공 및 시외
버스 요금이 자율화된다니 여간 걱정이 아니다. 과거의 예로 봐 공공요금과
교통요금이 오르면 개인서비스요금이 오르고 이어 일반물가도 들먹이기 때문
이다.

내년에는 이밖에도 서울지역 중.고교 수업료가 8.9% 인상되며 철도.우편요
금이 10% 오를 예정인데 내년이라고 경기가 갑자기 좋아질리 없으니 이대로
가면 불황속에 물가불안이 가중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지금은 실업자수가 2백만명에 육박하는데다 비록 직장에서 쫓겨나지는
않았어도 소득자체가 20~30%나 깎인 경우가 많아 물가상승으로 인한 고통과
부담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크다. 당연히 정책당국은 가능한한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당면과제인 구조조정 및 고용창출도
급하지만 물가불안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당장 수출제품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이미 심각해진 "부익부 빈익빈"현상을 더 악화시킬 가능
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물가를 안정시키느냐는 점이다. 경제정책상 평상시에도
실업축소와 물가안정을 한꺼번에 달성하기가 어려운데 지금은 두가지가
한꺼번에 악화되고 있다. 특히 실업자지원 및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엄청난
재정자금을 쏟아붓는 마당에 물가안정을 위해 전통적인 총수요 억제정책을
쓸 수 없다는 것은 뻔한 이치다. 따라서 거시정책은 경제안정을 다지면서
미시적으로 원가상승요인을 최대한 흡수하고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수밖에
없다.

이같은 노력이 가장 시급한 곳이 바로 공공부문 및 생활필수품 유통부문
이다. 심각한 내수경기침체로 재고가 쌓이고 경쟁이 치열해져 대부분의
공산품은 값이 떨어진데 비해 생필품가격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고 공공요금은
오르기만 하고 있다. 그 까닭은 공공서비스 및 생필품의 공급구조가 대부분
독과점인데다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공공서비스 및 생필품의 값이 비쌀 뿐만 아니라 품질도 형편
없다는 점이다. 수돗물을 마음놓고 마시지 못하는 것이나 교육의 질이 형편
없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지하철 및 교통부문의 비효율과 비리
가 적발된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책당국과 해당기관은 때만 되면
경영개선 및 서비스향상을 핑계로 요금을 올려왔다.

이제 소비자들과 일반 국민들은 더이상 비효율적인 공공부문의 봉노릇을
할 여유가 없다.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공직자와 경영진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며 비합리적인 조직이나 관행은 과감하게 뜯어 고쳐야 한다.
그리고 개혁과 경영개선의 성과는 품질향상과 가격인하로 즉각 소비자들에게
돌려져야 한다. 그래야만 내년 한햇동안 물가안정을 이루고 경제회복의 기초
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