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제3의 길' 주창 ..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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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8년 학새운동을 주도했던 소위 68세대가 세계 정치권의 전면에
부상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존의 극단적 정치노선을 거부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이념의 개혁세력들이다.
신세대 리더그룹의 대표주자격인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이념"이라고 강조한다.
예를들어 사회복지는 연금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할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고,정부는 이를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와 정의를 결합한 제3의 길을 주창하고 있는 블레어 총리가
LA타임스신디케이트를 통해 본사에 기고문을 보내 왔다.
< 편집자 >
=======================================================================
세계의 정치적 이념들이 점차 거리를 조히고 있다.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은 경제나 문화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국경을
없애는 듯하다.
사실 우리가 지금 겪는 문제들은 좌파와 우파에 관계없이 거의 공통적이다.
경제위기가 그렇고 사회적 변화와 글로벌리제이션이란 과제도 마찬가지다.
또 가족과 공동체의 해체라는 고통을 겪는 것도 같다.
다시말해 같은 문제에 부딪혀 있는 것이다.
결국 해결책도 상당부분 겹칠 수 밖에 없다.
영국 노동당이 미국의 민주당과 상당히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은
이래서 나오는 듯하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옳지 못하다.
영국 노동당은 분명히 차별화된 정책을 갖고 있다.
그것은 "제 3의 길"이다.
"제3의 길"은 좌파와 우파간의 단순한 산술적 합의나 평균적 중립이 아니다.
"제3의 길"은 분명 중도 내지 중도좌파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한다.
그 가치를 전세계의 기본적인 사회 경제적 변화에 적응시켜 낡은
이데올로기적 극단에서 탈피하자는게 목적이다.
제3의 길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20세기의 좌파는 국가통제가 시작이자 끝이라고 보는 극단적 좌파와, 타협을
선호하는 중도좌파로 나뉘어졌다.
제3의 길은 단순히 이 두가지 가치의 중간노선이 아니다.
민주적 사회주의와 자유주의의 통합을 통해 생명을 얻는 새로운 개념이다.
영국 노동당뿐 아니라 오늘날의 중도좌파는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들어 중도좌파들은 금융 분야 정책에서 세심하고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정말 신중한 자세로 금융정책에 접근한다.
영국의 노동당이나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의 좌파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아주 강력한 금융정책을 취하고 있다.
오늘날 재정분야의 중요성은 매우 강조되고 있으며 좌파들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기술과 교육 그리고 기능 등의 중요성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이는 고용의 기본적 요건들이다.
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한 사법처리 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한편
범죄를 일으키는 사회적 요인들을 제거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심지어 중도좌파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복지부분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세계와는 이들 분야에서도 융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인식의 변화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행동이 따라야 한다.
이는 기존의 고루한 사고방식을 버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내가 생각하는 결론은 그래서 이같은 문제를 공개하고 서로 토의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든 무엇이든 다른 사상에서 배우자는 것이다.
무정부주의, 자유방임, 사회적 무관심 등 극우적 정치나 정부의 통제를
바탕으로 중앙집권을 추진하는 극좌의 정치학에만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년간 야당으로 있던 영국 노동당은 거대정부의 정당, 국수주의, 반기업
주의, 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응, 가정에 대한 무관심, 높은 공공지출을
선호하는 것으로 잘못 비춰졌었다.
그러나 제3의 길을 표방하는 새로운 노동당 정부는 다르다.
자유방임도 아니고 간섭도 아닌 경제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또 거시경제의 안정을 도모하고 자립을 촉진시킬 수 있는 세금제도와
복지정책을 추구한다.
다시말해 누구나 스스로 일할 수 있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기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우리의 정책목표다.
제3의 길의 본질은 중도좌파에서 받아들일 만한 규범적 가치들을 뽑아
내자는 것이다.
사회적 정의나 안정, 공동체의 중요성,민주주의와 자유 등의 가치는
중도좌파의 이념 속에서 간추려 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새로운 세계에 적용해야 한다.
예컨대 글로벌리제이션은 무역의 규모가 거대해지고 국제적 교역이
늘어나는 현 상황하에서는 결코 회피할 수 없는 대세다.
이것은 정부의 역할에 새로운 과제를 부여한다.
국제경제 환경에서 기업이나 국민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변화를 거부하거나 단순히 자유방임주의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는게 정부의 과제다.
사실 정부가 기업들을 방어해 주려고만 한다면 몇년간은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종국에는 망하고 만다.
정부가 진정으로 해야 할일은 세계시장의 격랑속에서도 잘 생존할 수
있도록 기업을 준비시키는 일이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제 3의 길이다.
물론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무조건 주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게 진정한 복지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국민들은 저항하고 큰 소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만일 우리가 복지시스템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트로이
목마"와 같은 사태가 닥칠 것이다.
영국의 대중들은 이익을 얻지 못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복지시스템을
위한 지출도 중단될 것이다.
이는 우리 스스로 자멸을 초래하는 결과에 이를 뿐이다.
우리가 스스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부셔버릴 것이다.
제3의 길은 개혁을 지향한다.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붕괴시키는게 목적이 아니다.
이것은 매우 현명한 대응이다.
이것은 미국의 민주당이 목적하는 것이며 독일정부가 이미 성취한 것이기도
한다.
조스팽 프랑스총리는 젊은 사람들은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이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이는 공동체 구성원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참여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파가 펼쳐온 자유방임적 시장경제는 국내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가져 왔을 뿐이다.
따라서 국가가 부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의 분산을 위해서는 제한적인 계획경제를 시행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와 통제경제 사이의 선택을 벗어나 보다 역동적이고도 공익을
존중하는 시장으로 만들어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이는 과세제도의 개혁을 통해 부의 편중을 시정하는 한편 노동자들도
파업 등 노동권리의 행사를 자제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일을
포괄한다.
복지분야에서 연금보다는 일할 권리가 강조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도 구성원의 참여는 중요하다.
만일 미국과 유럽이 대립하고 고립주의라고 하는 게 실제로 작용한다면
두 대륙이 엄청난 상처를 입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고립된 상태로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우리는 세계와 융화해야 한다.
미국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영국은 미국과 유럽의 다리와 같은 구실을 한다.
유럽은 스스로에게 "미국의 지도력을 인정한다"고 말해야 한다.
미국에 대해서는 "지구촌 사람들이 미국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한다.
일부에서 흠을 잡거나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 귀를 기울여 다른 사람들이
미국의 간섭을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얘기할수 있어야 한다.
국제적 협력은 꼭 필요하다.
미국과 영국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면 유엔의 무기사찰단이
바그다드에서 활동할 수 있겠는가.
나는 미국의 지도력을 인정한다.
그리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무력의 뒷받침을 받는 외교적 타결이 효율적
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영국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다시 활력을 찾을 것이다.
영국에 뭔가 새로운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는 의미에서 미국 뉴스위크지가
"신나는 대영제국(Cool Britannia)라는 말을 썼다.
이는 영국이 미래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영국은 디자인과 같은 창조적인 산업이나 기술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 열매를 따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다.
디자인과 창조적인 산업은 엄청나게 확대될 수 있고 수입억 파운드의
규모를 갖고 있는 비즈니스이다.
또 엄청난 고용효과를 창출한다.
석탄산업을 놓고 논쟁이 벌어질 때 나는 석탄산업이 영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지만 고용효과는 그리 대단치 않다는 것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책상놀음이라고 공격하기도 한다.
또 디자인산업을 예로 들면 사람들은 웃는다.
거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미래가 걸려있는 데도 말이다.
제3의 길은 진보와 정의간의 새로운 동맹이다.
영국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로부터 새로운 지지를 얻은 방식이다.
역사에 안주하지 않고 21세기를 맞아 역동적인 지구촌을 건설하는데 영국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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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레어 그는 누구인가 ]
제3의 길.
전세계가 공황의 불안감에 떨고 있던 지난 여름에 던져진 화두다.
사회주의 몰락 이후 맹위를 떨치고 있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위세에 눌려
있던 세계인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제3의 길을 주창한 사람은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주인이다.
올해 45살인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블레어 총리는 "이념의 개혁세대"라 불리는 68세대의 대표주자다.
97년 당시 40대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18년간의 보수당 집권을 종식
시킨 장본인이다.
또 영국 노동당의 노선을 노동자중심에서 국민중심으로 바꿔버린 개혁의
전도사다.
그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중산층에서 태어났다.
명문 공립하교인 페츠 칼리지를 나와 옥스포드대학을 졸업했다.
학생때는 교칙을 무시하고 긴 장발에 록 밴드를 조직하는 등 히피에 가까운
생활을 하기도 했다.
노동전문변호사를 거쳐 정계에 입문한 것은 30세때인 83년.
같은 변호사사무실에서 근무한 부인 셰리와 함께 출마, 자신만 당선됐다.
영국 성공회 신자인데다 노동당내에서 "현대적 우파" 노선을 걸었다.
노조가 3분의 1의 투표권을 쥐는 당수선거에서 노조원 1인1투표제를
제안해 노조원 80%가 투표에 불참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그의 개혁성향이 잘 나타나는 것은 지난 1918년 이후 지속되온
노동당헌의 수정.
공동소유제라는 기본이념에 메스를 가해 경찰 우편 철도 보건분야를 제외
하고는 민간기업의 존재와 활동을 인정키로 한 것.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는 당시 블레어 노동당수를 "노동당이 지난 30년간
배출한 인물중 가장 걸출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블레어는 지난 97년 43살의 나이로 집권했다.
노동당수가 된지 3년만이다.
수상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로 이사하면서 아들 딸과 함께 이사짐을 직접
날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집권후 복지 교육 등의 분야에서 조용하지만 큰 변혁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경제위기라는 복병을 만나서는 G7회담개최를 주도하는 등 세계지도자로
서의 위상을 보여 줬다.
그는 젊고 잘 생긴 변호사 출신이며 활동적이고 똑똑한 부인을 뒀다는
점에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곧잘 비교된다.
블레어 총리가 영국과 세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9일자 ).
부상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존의 극단적 정치노선을 거부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이념의 개혁세력들이다.
신세대 리더그룹의 대표주자격인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이념"이라고 강조한다.
예를들어 사회복지는 연금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할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고,정부는 이를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와 정의를 결합한 제3의 길을 주창하고 있는 블레어 총리가
LA타임스신디케이트를 통해 본사에 기고문을 보내 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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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정치적 이념들이 점차 거리를 조히고 있다.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은 경제나 문화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국경을
없애는 듯하다.
사실 우리가 지금 겪는 문제들은 좌파와 우파에 관계없이 거의 공통적이다.
경제위기가 그렇고 사회적 변화와 글로벌리제이션이란 과제도 마찬가지다.
또 가족과 공동체의 해체라는 고통을 겪는 것도 같다.
다시말해 같은 문제에 부딪혀 있는 것이다.
결국 해결책도 상당부분 겹칠 수 밖에 없다.
영국 노동당이 미국의 민주당과 상당히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은
이래서 나오는 듯하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옳지 못하다.
영국 노동당은 분명히 차별화된 정책을 갖고 있다.
그것은 "제 3의 길"이다.
"제3의 길"은 좌파와 우파간의 단순한 산술적 합의나 평균적 중립이 아니다.
"제3의 길"은 분명 중도 내지 중도좌파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한다.
그 가치를 전세계의 기본적인 사회 경제적 변화에 적응시켜 낡은
이데올로기적 극단에서 탈피하자는게 목적이다.
제3의 길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20세기의 좌파는 국가통제가 시작이자 끝이라고 보는 극단적 좌파와, 타협을
선호하는 중도좌파로 나뉘어졌다.
제3의 길은 단순히 이 두가지 가치의 중간노선이 아니다.
민주적 사회주의와 자유주의의 통합을 통해 생명을 얻는 새로운 개념이다.
영국 노동당뿐 아니라 오늘날의 중도좌파는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들어 중도좌파들은 금융 분야 정책에서 세심하고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정말 신중한 자세로 금융정책에 접근한다.
영국의 노동당이나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의 좌파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아주 강력한 금융정책을 취하고 있다.
오늘날 재정분야의 중요성은 매우 강조되고 있으며 좌파들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기술과 교육 그리고 기능 등의 중요성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이는 고용의 기본적 요건들이다.
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한 사법처리 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한편
범죄를 일으키는 사회적 요인들을 제거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심지어 중도좌파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복지부분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세계와는 이들 분야에서도 융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인식의 변화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행동이 따라야 한다.
이는 기존의 고루한 사고방식을 버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내가 생각하는 결론은 그래서 이같은 문제를 공개하고 서로 토의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든 무엇이든 다른 사상에서 배우자는 것이다.
무정부주의, 자유방임, 사회적 무관심 등 극우적 정치나 정부의 통제를
바탕으로 중앙집권을 추진하는 극좌의 정치학에만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년간 야당으로 있던 영국 노동당은 거대정부의 정당, 국수주의, 반기업
주의, 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응, 가정에 대한 무관심, 높은 공공지출을
선호하는 것으로 잘못 비춰졌었다.
그러나 제3의 길을 표방하는 새로운 노동당 정부는 다르다.
자유방임도 아니고 간섭도 아닌 경제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또 거시경제의 안정을 도모하고 자립을 촉진시킬 수 있는 세금제도와
복지정책을 추구한다.
다시말해 누구나 스스로 일할 수 있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기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우리의 정책목표다.
제3의 길의 본질은 중도좌파에서 받아들일 만한 규범적 가치들을 뽑아
내자는 것이다.
사회적 정의나 안정, 공동체의 중요성,민주주의와 자유 등의 가치는
중도좌파의 이념 속에서 간추려 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새로운 세계에 적용해야 한다.
예컨대 글로벌리제이션은 무역의 규모가 거대해지고 국제적 교역이
늘어나는 현 상황하에서는 결코 회피할 수 없는 대세다.
이것은 정부의 역할에 새로운 과제를 부여한다.
국제경제 환경에서 기업이나 국민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변화를 거부하거나 단순히 자유방임주의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는게 정부의 과제다.
사실 정부가 기업들을 방어해 주려고만 한다면 몇년간은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종국에는 망하고 만다.
정부가 진정으로 해야 할일은 세계시장의 격랑속에서도 잘 생존할 수
있도록 기업을 준비시키는 일이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제 3의 길이다.
물론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무조건 주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게 진정한 복지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국민들은 저항하고 큰 소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만일 우리가 복지시스템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트로이
목마"와 같은 사태가 닥칠 것이다.
영국의 대중들은 이익을 얻지 못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복지시스템을
위한 지출도 중단될 것이다.
이는 우리 스스로 자멸을 초래하는 결과에 이를 뿐이다.
우리가 스스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부셔버릴 것이다.
제3의 길은 개혁을 지향한다.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붕괴시키는게 목적이 아니다.
이것은 매우 현명한 대응이다.
이것은 미국의 민주당이 목적하는 것이며 독일정부가 이미 성취한 것이기도
한다.
조스팽 프랑스총리는 젊은 사람들은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이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이는 공동체 구성원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참여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파가 펼쳐온 자유방임적 시장경제는 국내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가져 왔을 뿐이다.
따라서 국가가 부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의 분산을 위해서는 제한적인 계획경제를 시행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와 통제경제 사이의 선택을 벗어나 보다 역동적이고도 공익을
존중하는 시장으로 만들어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이는 과세제도의 개혁을 통해 부의 편중을 시정하는 한편 노동자들도
파업 등 노동권리의 행사를 자제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일을
포괄한다.
복지분야에서 연금보다는 일할 권리가 강조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도 구성원의 참여는 중요하다.
만일 미국과 유럽이 대립하고 고립주의라고 하는 게 실제로 작용한다면
두 대륙이 엄청난 상처를 입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고립된 상태로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우리는 세계와 융화해야 한다.
미국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영국은 미국과 유럽의 다리와 같은 구실을 한다.
유럽은 스스로에게 "미국의 지도력을 인정한다"고 말해야 한다.
미국에 대해서는 "지구촌 사람들이 미국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한다.
일부에서 흠을 잡거나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 귀를 기울여 다른 사람들이
미국의 간섭을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얘기할수 있어야 한다.
국제적 협력은 꼭 필요하다.
미국과 영국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면 유엔의 무기사찰단이
바그다드에서 활동할 수 있겠는가.
나는 미국의 지도력을 인정한다.
그리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무력의 뒷받침을 받는 외교적 타결이 효율적
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영국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다시 활력을 찾을 것이다.
영국에 뭔가 새로운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는 의미에서 미국 뉴스위크지가
"신나는 대영제국(Cool Britannia)라는 말을 썼다.
이는 영국이 미래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영국은 디자인과 같은 창조적인 산업이나 기술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 열매를 따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다.
디자인과 창조적인 산업은 엄청나게 확대될 수 있고 수입억 파운드의
규모를 갖고 있는 비즈니스이다.
또 엄청난 고용효과를 창출한다.
석탄산업을 놓고 논쟁이 벌어질 때 나는 석탄산업이 영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지만 고용효과는 그리 대단치 않다는 것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책상놀음이라고 공격하기도 한다.
또 디자인산업을 예로 들면 사람들은 웃는다.
거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미래가 걸려있는 데도 말이다.
제3의 길은 진보와 정의간의 새로운 동맹이다.
영국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로부터 새로운 지지를 얻은 방식이다.
역사에 안주하지 않고 21세기를 맞아 역동적인 지구촌을 건설하는데 영국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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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레어 그는 누구인가 ]
제3의 길.
전세계가 공황의 불안감에 떨고 있던 지난 여름에 던져진 화두다.
사회주의 몰락 이후 맹위를 떨치고 있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위세에 눌려
있던 세계인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제3의 길을 주창한 사람은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주인이다.
올해 45살인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블레어 총리는 "이념의 개혁세대"라 불리는 68세대의 대표주자다.
97년 당시 40대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18년간의 보수당 집권을 종식
시킨 장본인이다.
또 영국 노동당의 노선을 노동자중심에서 국민중심으로 바꿔버린 개혁의
전도사다.
그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중산층에서 태어났다.
명문 공립하교인 페츠 칼리지를 나와 옥스포드대학을 졸업했다.
학생때는 교칙을 무시하고 긴 장발에 록 밴드를 조직하는 등 히피에 가까운
생활을 하기도 했다.
노동전문변호사를 거쳐 정계에 입문한 것은 30세때인 83년.
같은 변호사사무실에서 근무한 부인 셰리와 함께 출마, 자신만 당선됐다.
영국 성공회 신자인데다 노동당내에서 "현대적 우파" 노선을 걸었다.
노조가 3분의 1의 투표권을 쥐는 당수선거에서 노조원 1인1투표제를
제안해 노조원 80%가 투표에 불참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그의 개혁성향이 잘 나타나는 것은 지난 1918년 이후 지속되온
노동당헌의 수정.
공동소유제라는 기본이념에 메스를 가해 경찰 우편 철도 보건분야를 제외
하고는 민간기업의 존재와 활동을 인정키로 한 것.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는 당시 블레어 노동당수를 "노동당이 지난 30년간
배출한 인물중 가장 걸출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블레어는 지난 97년 43살의 나이로 집권했다.
노동당수가 된지 3년만이다.
수상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로 이사하면서 아들 딸과 함께 이사짐을 직접
날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집권후 복지 교육 등의 분야에서 조용하지만 큰 변혁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경제위기라는 복병을 만나서는 G7회담개최를 주도하는 등 세계지도자로
서의 위상을 보여 줬다.
그는 젊고 잘 생긴 변호사 출신이며 활동적이고 똑똑한 부인을 뒀다는
점에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곧잘 비교된다.
블레어 총리가 영국과 세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