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미국 시애틀의 허름한 창고안에서 7명의 직원이 모여 인터넷으로
책을 파는 사업을 시작한 아마존.

번듯한 매장도 없고 진열대도 없었지만 지금은 "세계최대의 사이버서점"
으로 성장했다.

아마존이 취급하는 서적은 약 3백만권.

도서목록만 해도 전화번호부 20권 분량쯤 되는 방대한 규모다.

5백여곳에 널찍한 매장을 갖춘 미국 최대 서점 반스앤노블이 취급하는
책이 고작 1백20만권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그 규모를 쉽게 짐작할수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인터넷을 통해 판 책은 1억5천만달러어치.

올해는 지난 3.4분기 석달 동안에만 1억5천만달러어치를 팔았다.

지난해보다 4배쯤 많은 6억달러어치는 팔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마존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미시시피강의 10배나 되는 강이자 세계
에서 가장 큰 서점"(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 사장)이라는 말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재산은 허름한 4층짜리 건물과 컴퓨터 몇대가 전부.

이 컴퓨터가 전세계 1백60만명이 넘는 독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아마존이 고객들의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일일이 매장을 찾아 책을 고르는 번거로움을 피할수 있다는 점이다.

글쓴 이나 책제목 또는 주제어를 입력하면 곧바로 원하는 책을 찾아낼수
있고 그자리에서 주문해 구입할 수 있다.

게다가 일반매장보다 10~20%쯤 싸니 "꿩먹고 알먹고"다.

이것이 새로운 천년(New millenium)을 앞두고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전자상거래(EC.Electronic Commerce)의 단적인 사례다.

이처럼 전자상거래는 작고 조용하게 시작됐지만 기존의 거래방식에 도전장
을 내밀면서 몇천년을 이어온 경제구조의 기본을 뒤흔들고 있다.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서 기능을 해온 "시장"을 사라지게 할 위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시장은 경제의 터전이다.

물건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공간으로서 시장이 있었기에 경제행위가 이뤄질
수 있었다.

자급자족체제를 벗어나 서로 교환하기 시작함으로써 비로소 "경제"란
개념이 싹텄던 것이다.

화폐도 이 시장을 유지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으며 신용카드 전자화폐
도 그 연장선상에 다름아니다.

전자상거래는 이 시장을 현실세계에서 사라지게 한다.

대신 가상공간에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가상공간에 만들어진 사이버마켓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새로운 경제구조의
패턴을 창조하는 것이다.

전자상거래는 시장만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경제주체의 행동도 근본적으로 바꾼다.

좁게는 가정생활에서부터 기업경영, 국가운영까지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

기업경영의 한 사례를 들어보자.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96년부터 구매시스템을 전자거래 방식으로
바꿔 자재수발주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품조달 과정에 보다 많은 업체를 참여시켜 보다 우수한 제품을
훨씬 싸게 고를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인건비를 30%나 줄였고 구매가격도 20%나 절감
했다.

IBM은 지난 96년 인터넷 재고관리시스템을 도입, 첫해에 재고를 40%
(5억달러)나 줄였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판매량은 30%나 늘어났다.

판매방식도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대량으로 제품을 만들어 놓고 시장에 내다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 개개인이
원하는대로 맞춰 생산해 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회사가 미국의 청바지 메이커 리바이스.

이 회사는 자사의 홈페이지(www.levi.com)에서 고객이 원하는 색이나
모양의 청바지를 주문받아 공급한다.

"1대 1 마케팅" 또는 "대량맞춤생산"의 한 사례다.

국가 운영에도 전자상거래가 파고들고 있다.

정부가 필요한 물자조달에 컴퓨터 네트워크를 이용,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일반 국민들이 각종 민원업무를 간편하게 볼수 있도록 해준다.

미국은 지난 93년부터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정보기술을 이용, 저비용
고효율정부를 구현하기 위한 전자정부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까지 계속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방공무원 27만명을 줄여
4백64억원의 비용을 줄이고 구매업무에 EDI를 도입, 2백25억달러의 조달비용
을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민과 쌍방향으로 대화할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마련하고 민원업무를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처리할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이렇듯 전자상거래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또 피할래야 피할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전자상거래라는 거대한 열차에 몸을 싣고 새로운 기회를 향해 출발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무한한 비즈니스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특별취재팀 : 정건수 기자 kschung@ 문희수 기자 mhs@
손희식 기자 hssohn@ 김철수 기자 kcsoo@
조정애 기자 jcho@ 정종태 기자 jtchung@
양준영 기자 tetri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