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기회가 찾아온다.

경영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래에 대비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포착할수 있는 혜안을 지닌
경영자라면 사업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다.

반면 현재 사업에 안주하는 경영자는 기업을 지킬 수조차 없게 된다.

쉼없이 변하는 세상을 따라갈수 없어서다.

MCI월드컴의 버나드 에버스(Bernard Ebbers)사장이 83년 정거리전화
사업에 뛰어든 후 15년만에 미국내 제2의 통신회사를 일군 것은
미래지향적인 경영자 마인드를 지녔기에 가능했다.

농구 특기생으로 미시시피대학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한 에버스는 대학
졸업후 1년간 고등학교 농구팀 코치로 일했다.

그가 74년 미시시피 호텔을 사들인 것은 사업가 기질이 발동된 데 따른
것이다.

호텔 체인을 확장하던 에버스는 83년 투자자들을 모아 LDDS라는 장거리
전화회사를 설립했다.

2년 후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더 작은 장거리 전화 회사들을 사들이면서
사세를 키워갔다.

하지만 96년 새로운 통신법(Telecommunication Act)이 통과돼 통신시장내
자유진입이 허용되기까지 월드콤은 미국내 5위의 장거리 사업자에 불과했다.

5위라고는 하지만 AT&T MCI Sprint의 3대 사업자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 상황이어서 월드콤을 주시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통신법이 통과돼 통신사업자간 영역이 무의미해지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정보통신 수단이 등장함에 따라 미래 지향적인 에버스의 경영방식은
빛을 보게 된다.

전세계적인 망(World Wide Web)이 보편화되고 미국의 가구당 컴퓨터
보급율이 높아지면서 인터넷은 통신시장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용어가 됐다.

후발사업자인 월드콤은 이런 변화추세를 회사의 중심목표를 설정하는데
반영했다.

인터넷은 미래에 통신과 방송을 포괄하는 정보통신의 핵심영역이 될
것이며 따라서 미래 경쟁우위는 누가 더많은 인터넷 전송망과 접속점을
갖고 많은 통화량을 처리할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에버스는
생각했다.

또 현재의 음성 중심의 통신망에서 데이터 중심의 통신망으로 이전이
이뤄질 것으로 확신했다.

결국 데이터/인터넷 사업과 기업용 시내전화,국제전화가 월드콤의 주요
사업목표로 설정됐다.

그러나 이같은 사업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았다.

미국내 제 5위의 장거리 전화사업자라는 위상과 월드콤이 꿈꾸는 세계적인
인터넷 전송망 사업자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아무도 이런 격차를 월드콤이 단기간에 극복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월드콤은 이런 격차를 핵심역량(Core Competency)의 확보전략
(Building Block Strategy)을 통해 차근차근 좁혀갔다.

월드콤은 음성과 데이터(Data) 그리고 인터넷을 모두 자신의 네트웍
(Network)으로 제공하기 위한 목표를 갖고 설비투자 및 전략적 인수합병을
시도했다.

장거리 사업자인 월드콤이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역전화사업자가 소유하고 있는 시내전화망과 3대 장거리 전화 사업자가
소유한 국제전화망이 필요했다.

월드콤의 첫 행보는 미국내 가장 많은 광통신망(Fiber Optic Network)을
보유한 MFS를 인수하는 일이었다.

이는 월드콤이 갖고 있지 못했던 가입자와 직접 접속점과 우수한 전송망을
갖출 수 있는 기회였다.

기업간 초고속 통신망을 제공하던 MFS인수로 월드콤은 가입자에게 초고속
음성/데이터 통신을 거리 구분없이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일반 전화선을 통한 인터넷 서비스가 시냇물이라면 광망에 의한 인터넷
데이터의 전송은 후버댐에 비유된다.

그만큼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음 단계는 보다 많은 인터넷 접속점을 갖기 위한 노력이었다.

미국 온라인 서비스시장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하던 아메리칸온라인과
컴퓨서브의 인터넷 접속장비 및 네트웍을 인수함으로써 월드콤은 미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게 된다.

인터넷 접속점의 확보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고객과 인터넷을 통해
상거래를 하는 기업간 네트웍을 갖추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월드콤의 핵심역량 확보전략의 백미는 역시 지난 8월 미국 FCC
(연방통신위원회)의 승인으로 종결된 MCI인수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간 통상협상의 일환으로 통신시장의 개방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영국의 전화사업자 BT는 미국의 제 2 장거리
전화사업자인 MCI 인수를 추진한다.

BT가 가격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을 때 월드콤은 BT의 초기 제시가보다
25% 높은 3백70억달러에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세계를 놀라게 했다.

MCI와 월드콤의 인터넷 네트웍을 합할 경우 미국내 인터넷 통화량의
45~60%를 점유할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독점문제를 야기할 수준의 매출을
발생시키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규제기관이 양사간 합병에 이의를 제기하기까지
했다.

결국 MCI 인터넷 사업부문을 영국계 통신회사인 C&W로 양도하는 조건으로
월드콤과 MCI의 합병이 이뤄졌다.

에버스는 이처럼 "선이 굵은 경영"을 해왔다.

월스트리트에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집념만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세세한 업무는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

결코 현재 갖고 있는 사업영역에 한정해 효율을 높여가는 경영에 만족하지
않았다.

미래 사업환경변화를 직시하고 미래 경쟁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필요한
핵심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명확한 사업환경 변화에 기반을 둔 비전을 설정하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게 핵심역량이다.

지난 12년동안 50건에 가까운 인수합병(M&A)을 통해 월드콤을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장거리 전화회사로 키워온 에버스가 자신이 조립한 강력한
병기를 어떻게 이용할 지 관심거리다.

< 이승훈 AT커니컨설턴트 seoul-opinion@atkearney.com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