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국대통령의 방한은 여러가지 면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IMF체제
1년을 맞으면서 경제의 재도약 기반을 다져야 하는 우리로서는 미국의 협력과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더구나 분단후 처음으로 결실을 맺은 금강산 관광
사업 등 남북관계의 화해협력무드를 이어가는데 한.미 양국의 공조체제 확립
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현안으로 대두돼있는 북한의 핵의혹 시설에 대한 사찰
문제 등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긴밀한 협조가 절대적일
것이다. 우리가 21일로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기대를
갖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양국의 입장에는 적지않은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보여 오히려 우려를 앞서게 하는 구석이 없지않다. 이를테면 미국은
북한의 영변지하 핵의혹 시설에 대한 사찰 등 안보문제에 우선적인 관심을
두고 있는 반면 한국은 경제협력에 촛점을 맞추려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확한
입장은 회담이 열려 보아야 확실해질 것이지만 우리는 양국이 모두 기본적인
문제인식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 따라서 상호 협의를 통해
충분히 조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제문제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해 철강제품의 대미수출 급증과 쇠고기
수입부진 등을 주요 이슈로 제기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한미 고위당국자들
간에 의견교환이 있었다. 물론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시현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덤핑 또는 상계관세를
통해 수입을 억제하겠다는 식의 문제제기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사실 세계경제의 동시침체로 인해 보호무역확대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마저 그같은 조류에 편승한다면 비난을 면키 어려운 일이다.
또한 그로인해 한국의 경기회복이 늦어진다면 미국경제에도 결코 도움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지난 1년동안 IMF체제극복을 위한 한국의 구조조정
노력에 신뢰와 지원을 다짐하는 것이 세계경제 위기탈출의 선봉에 서있는
미국이 취해야 할 자세라고 본다.

또한 경제가 안보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우기는 어렵다. 경제발전도
튼튼한 국가안보가 전제돼야만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남북대치상황에서
한미간의 빈틈없고 굳건한 대북공조체제를 갖추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우선
해야할 과제임은 너무나 분명하다.

미국이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핵의혹시설 사찰문제와 미사일프로
그램에 대한 공동대처방안을 논의하는 문제도 그런 시각에서는 예외일수가
없다. 다만 우리는 금강산 관광 등 소위 햇볕정책으로 불리는 대북포용정책의
가시적 성과에 찬물을 끼얹는 것 또한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한.미정상간의 절묘한 입장조율을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