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모 방송국에서 그해 입사한 남녀 신인탤런트 전원이 연기연습을
이유로 한자리에서 알몸이 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사건은 일부 연기자들의 항의로 조금씩 세상에 알려졌다.

"누드도 연기연습의 한단계"라는 주장과 "강압에 의한 음란행위"라는
논란이 일며 파문도 커져갔다.

그 와중에 배역선정을 둘러싼 여배우와 PD, 매니저간의 "성적 거래"도
불거져 세상을 놀라게 했다.

결국 누드연습을 주도했던 강만홍씨(당시 서울예전 교수)는 이 사건으로
교단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그는 꼭 4년만인 올해 정지영 감독의 영화 "까"를 통해 화려하게
복권됐다.

영화속에서 강씨는 능청스런 충청도 사투리로 "왜 누드연습을 시켰나"를
해명할 기회를 얻었다.

진정한 연기를 하기 위해선 자신을 둘러싼 고정관념을 벗어야 하고
옷이란 인체를 둘러싼 형식일 뿐이라는 논리다.

정 감독도 여기에 동의한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도둑같지 않은 도둑, 창녀아닌 창녀, 엉터리 협잡꾼
등 온갖 인간군상을 삽화로 집어넣어 "이제 거짓과 부조리는 모두 까발려
버리자"고 외친다.

라스트신에서 박용우 조은숙 독고영재 등 출연진이 몽땅 옷을 벗고 밖으로
뛰어나가는 해프닝을 다시 한번 벌어진다.

영화는 제목처럼 도발적 방법으로 세상을 풍자한다.

그러나 도식적인 에피소드 5개가 겉핥기식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도대체
무엇을 까라는 것인지" 관객이 헷갈릴 수도 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