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XG는 뒷자리 승객을 위한 대형승용차가 아니다.

운전을 즐기는 오너드라이브가 타깃이다.

대형이면서도 중대형 승용차로 구분되는 이 차는 언뜻 EF쏘나타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외관이 작아졌다.

더 이상 껍데기만 대형승용차인 차량으로는 해외시장 공략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차는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수출된다.

국산차로 아무런 지역 제한없이 수출되는 대형승용차는 그랜저XG가 처음
이다.

그랜저XG는 디자인부터가 파격적이다.

기존 그랜저가 직선 위주였다면 곡선의 차체에 직선 주름을 넣은게 특징
이다.

굵은 선을 넣는 보디는 금형값이 많이 든다.

그만큼 외형부터가 고급이라는 얘기다.

차체는 구형보다 작아졌지만 실내는 더 커졌다.

앞모습은 기존 그랜저와 비슷하지만 더욱 날렵해졌다.

뒷모습은 EF쏘나타와 닮은 꼴로 이미지를 통일시켰다.

EF쏘나타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뒷모습이 앞모습보다 훨씬 낫다.

옆모습은 미국차 스타일이다.

유리창틀이 없는 하드톱 도어와 목이 굵은 사이드 미러가 눈길을 끈다.

실내는 천연가죽시트와 인조무늬목 패널이 어우러져 고급스런 분위기를
낸다.

콘솔박스와 도어패널이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한다는 느낌도 든다.

주행감각은 좋다.

현대차가 늘 그렇듯 부드러움이 강조돼 있다.

미끄러지듯한 승차감은 느긋하다.

특히 소음을 잘 잡았다.

엔진소음도 적절하게 제어돼 있어 실내의 정숙성은 매우 뛰어나다.

공회전 상태에서의 엔진소음은 거의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다.

시속 1백50km에 가까워도 실내는 고요하다.

가속은 다른 차에 비해 빠르다.

중속으로 넘어가면서 가속성은 더욱 좋아진다는 느낌이다.

변속시점도 적절하다.

1백20km까지 전혀 무리없이 가속이 된다.

직진주행도 무리가 없다.

다만 서스펜션이 개인적으로 불만이다.

너무 부드럽게 세팅돼 코너에서 차체가 많이 기울어지고 복원력이 떨어진다.

이는 아파트 입구의 요철부위를 지나면 한차례 더 튀는 느낌이 들고 바닥을
다치지 않으려고 아주 조심스럽게 넘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물론 고급 살롱의 분위기를 즐기려는 오너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능일
수도 있긴 하다.

국산차 모두에 해당되는 불만이지만 타이어는 약하다.

그랜저XG의 강점은 다양한 첨단 안전 및 편의장치다.

기존 차량에 달린 것보다 두배나 밝고 자연광에 가까운 색도의 HID헤드램프
를 비롯해 파워윈도가 닫힐 때 사람이 손이나 물체가 끼면 20cm 정도 내려
가는 세이프티 파워윈도 등이 대표적이다.

충돌초기 안전벨트를 되감아 승객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막는 2중 안전장치
부착 시트벨트와 운전석 앞 A필러 내부에 폴리우레탄 폼을 적용하는 등
안전에도 신경을 썼다.

가장 독특한 것은 H매틱 변속기.

자동변속과 수동변속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장치다.

변속레버를 D에서 오른쪽으로 옮긴뒤 위(+)와 아래(-)로 건드릴 때마다
1단씩 변속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