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활황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0월초 까지만해도 300선에서 지리멸렬하던 종합주가지수가 불과
한달여 사이에 450고지에 우뚝 올라섰다.

지난 4월7일 이후 처음이다.

20일에도 장마감을 앞두고 급등락을 되풀이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11.87포인트 오른 452.93을 기록했다.

싯가총액도 1백조9천억원으로 3월21일이후 8개월만에 1백조원을 넘어섰다.

거래량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고 거래대금이 사상최고치에 육박하는 등
단기적으론 과열 조짐이 뚜렷하다.

그러나 멀지않아 5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이란 낙관론도 무성하다.

이같은 증시활황세의 주된 배경은 한국과 아시아 경제를 희망적으로 보고
있는 외국인의 폭발적인 매수세, 한자릿수 금리가 만들어낸 풍부한 시중
유동성, 선물 강세에 따른 프로그램 매수세 등을 꼽을 수 있다.

증시활황세가 이어지면 증시를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에 숨통이 열리는 것은
물론 피치를 올리고 있는 기업구조정 작업에도 커다란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개미군단 =한자릿수 금리로 시중유동성이 풍부해지자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0월초 1조7천억원에 불과하던 고객예탁금이 19일 현재 2조8천억원
으로 늘어났다.

한 증권사 관계자들은 "주가가 400선을 넘은 이달 중순 이후 객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며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는한 일반인의 활발한
증시참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프로그램 매수세 =선물가격이 이론가를 넘어서는 초강세 행진이
이어지자 국내기관들은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는 프로그램 매매에 열중하고
있다.

20일 하루에만 프로그램 매수 형태로 2천5백55억원의 현물 주식을 매수,
오르는 주가에 기름을 부었다.

프로그램 매수세는 최근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매수는 선물이 이론가를 밑돌면 매물로 쏟아지게 돼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 증시발목을 잡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현재 프로그램 매수 잔고는 5천억원으로 추산된다.

<> 증시전망 =비관론자들은 최근의 시장에너지가 과도하게 분출됐다는 점을
들어 주가가 단기 고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예탁금에 비해 거래대금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지난 1월16일 1조7천억원의 사상최고 거래대금을 기록했을 당시의
고객예탁금은 3조9천억원이나 됐지만 현재 예탁금은 2조8천억원에 불과,
시장 에너지가 모자란다"고 지적한다.

또 12월에 2조7천억원어치의 유상증자가 예정돼 있고 불안한 국제금융시장
질서도 아직 완전하게 "평화"를 되찾지 못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
한다.

이에대해 낙관론자들은 "주가가 잠시 조정을 받는다 하더라도 환율과 경기
전망을 중시하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멀지않아 500 고지
탈환이 시도될 것"으로 내다봤다.

<> 외국인 동향 =지난 10월에 6천8백5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11월들어서도 4천5백4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20일 하루에만 1천3백1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아시아 통화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내년부터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무더기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19,20일엔 미국의 골드만삭스가 외국인 매수세를 주도했다.

존 코르진 골드만삭스 회장은 19일 싱가포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투자 회복기금을 설치하는 등 이 지역에 대한 영업을 강화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한국증시 접근을 놓고 다른 소문도 따라 붙었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때 대형 투자사업이나 한국 신용등급 상향
조정같은 선물을 남길 가능성이 높고 골드만삭스가 한발 앞질러 주식을 산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루빈 미 재무장관이 골드만삭스 출신인 점이 이같은 추측의 배경이다.

미국이 세차례나 금리를 인하한 뒤 원화와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외국인 매수세를 자극시키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아시아 경제를 낙관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데다 영국 독일 등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 외국인 매수세는 좀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 허정구 기자 huhu@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