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목한 북한 대관군 금창리 지하시설의 핵개발 연관성을 입증할
증거는 과연 무엇일까.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정보사항이라는 이유를 들어 증거의 내용을 구체적
으로 밝히지 않은채 증거의 신빙성을 강조하는 각종 형용사를 쏟아내 궁금증
만 확산되고 있다.

찰스 카트먼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가 19일 "충분한(compelling)" 증거라는
표현을 사용한데 이어 제임스 루빈 국무부대변인도 이날 "믿을만한
(credible)", "상당한(substantial)"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이같은 미국측의 표현에 대해 모두가 "확정적인(conclusive)"
증거에는 못미치는 것이며, 단지 의혹의 강도를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이 전하는 핵개발 의혹 관련 증거는 <>금창리 시설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점 <>저수시설과 배수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 <>보안시설
을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이다.

영변 핵재처리 시설이 미식축구장 2개를 합쳐 놓은 규모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일부에서 40만평방m라고 주장하고 있는 금창리 굴착공사의 크기도 범상치
않다는 지적이고, 원자로를 식히는데 필요한 냉각수 공급을 위해 저수시설을
건설중일 것이라는 추정인 셈이다.

여기서 의문은 한국과 미국이 완벽한 정보공유를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같은 증거를 놓고 왜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는 미국 행정부가 현재 처한 입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 행정부로서는 클린턴 대통령 집권 1기에 성사시킨 제네바 합의를 지켜
내고 대북 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는 미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북한의 핵개발
의도를 원천봉쇄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북한 핵관련 의혹과 관련, 이종찬 안기부장은 20일 "미국은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결정적 증거가 있다고 보기에는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 출석, 이같이 밝히고 "한-미 양국은 긴밀한
공조하에 (카트먼 특사가 밝힌) 믿을만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해
왔고 이는 과학적인 정보에 기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