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웅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지도자들이 논의할 사안들은 한국산 반도체
철강 등에 대한 덤핑제조가 타당한 것인지, 한미투자협정 체결에 누구 더
양보를 할 것인지, 미국의 대북 강경외교노선에 한국이 얼마나 동조해줄
것인지 등과 같은 서로 얼굴을 붉힐만한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우리는 얼마전 미국이 APEC회담에서 한국의 무역신용 지원자긍으로 10억
달러를 내놓겠다는 보도에 접한바 있다.

이것이 미국의 당근이었다면 이번에 클린턴은 채찍을 들고 내한한 것이다.

아직 당근이 더 필요한 환자에게 채찍을 들이댄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어쨌든 우리로서는 채찍을 맞이할 준비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

첫번째로 세계무역기구(WTO)로 대변되는 자유무역질서가 출범한 이래
미국의 반덤핑 제소나 상계관세 부과와 같은 보호무역주의적 제재조치는
오히려 증가추세에 있다는 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이 자유무역질서의 확산을 위해 노력한다면 이는 오직 자국의
수출증대를 위해서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로 우리는 미국이 지난 17년간 제기한 반덤핑 제소의 승소율이 무려
80%에 달하고 있따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통상마찰과 관련한 최선의 대책은 일단 반덤핑 분쟁 자체에 말려
들지 않는데 있다.

그러나 과거 반도체나 컬러TV 분쟁건에 해결에서도 보다시피 만약 반덤핑
제소가 불가피하다면 철저한 경제적 논리로 무장한 공세적인 접근이 더
바람직하다.

이번 철강제 덤핑분쟁에서도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 상승이 외환 "위기"
의 불가피한 결과였음을 입증해야만 한다.

세번째로 한미투자협정 체결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외국인투자유치가 절실하다는 점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측이 일반적으로 다자간투자협정(MAI) 차원에서도 인정되는
"외환위기시 투기성 자본의 유출입을 통제할수 있는 Safe Guard제"를 협정
내용에서 삭제하자고 하는 것을 받아들이면서까지 투자협정을 성사시킬
필요는 없다.

외국인투자는 그 나라 시장의 규모,성장성,수익성에 의존하는 것이지 투자
협정의 체결유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껏 양자간 투자협정이 외국인투자유치에 눈에 띠는 기여를 했다는
증거는 어디서도 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있어서도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
하다.

물론 국책연구소들이나 민간연구소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자유무역협정이
양국의 경제적 후생 증가에 기여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협정 체결로 인해 상대적으로 고관세국인 한국의 대미 무역적자가
악화될 가능성은 높은 반면 협정 체결의 득으로 평가되는 우리 경제의
효율성 증가는 그렇게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협정체결에 따르는 경제적 역효과를 고려하면서 신중한 접근을
전개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지금처럼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와 협력이 절실한 시기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지금처럼 "실리"에 기반한 정치경제 외교가 절실했던
시기도 없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