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도 심상치 않다.

아시아위기의 파장이 본격적으로 미국 대륙에 상륙하면서 여기 저기서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저실업.저인플레를 등에 업고 견고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제조업위축 신용경색심화 등 경제전반에 부정적인 요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근 한달반사이에 3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한 것도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사실 지난달 15일 FRB가 두번째로 금리를 내리면서 미경제의 급한 불은 끈
상태이다.

롱텀캐피털(LTCM)의 파산이후 계속 심해지던 신용경색도 크게 완화됐다.

덕분에 위기로 치닫던 세계적인 금융불안 상황도 진정을 되찾는 분위기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의 하드랜딩(경기후퇴)과 주가폭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올해는 그럭저럭 버티겠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최근 잇달아 발표된 미국 경제의 거시지표들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FRB는 최근 9~10월 미경제동향을 분석한 "베이지북" 보고서를 통해 "건설
부동산 등 일부 분야에서는 호황이 유지되고 있으나 아시아 경제위기에 따른
제조업의 생산위축으로 경기확장세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의 견인차였던 민간소비도 주춤해지고 있다.

보석 가구 주방용품 등의 판매저하가 두드러지고 있다.

상무부도 9월 공장주문이 전달보다 0.4% 늘어났지만 기업들의 재고비축용
주문은 증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4.3%로 안정적이었던 실업률도 내년 6.9%, 2000년에는 11.1%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반영하듯 9월 경기신뢰지수는 100.9로 전달보다 3.5포인트 떨어져
97년 3월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미 와튼 경제연구소(WEFA)와 경제전략연구소(ESI)는 미국의 내년도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0.7%, 2000년에는 마이너스 2.7%로 내려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성장이 둔화되긴 하겠지만 경기침체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찮다.

특히 잇따른 금리인하 덕분에 민간소비가 활성화되고 돈가뭄도 많이 해소돼
경기진작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인하 전까지만해도 내년 1.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했던 전문가들도
대부분 전망치를 다시 플러스로 재조정하고 있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