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조원짜리 프로젝트"가 발진할 태세다.

내년 출범할 총자산 1백조원짜리 한빛은행(상업은행+한일은행)에 빗댄
말이다.

새 행장 선임이 초 읽기에 들어갔다.

이 은행에 쏟은 국민 돈은 5조3천억원.

이자를 연 10%로 쳐도 국민들은 매년 5천3백억원 씩 부담하게 된다.

간신히 늘린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예산 증가액(5천7백3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한빛은행 합병추진위원회는 지난 8월부터 매일 야근중이다.

두 은행 직원들도 32%씩 잘려나가는 아픔을 겪었다.

기초작업이 고통스럽게 시작됐지만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지도력을 갖춘 능력있는 경영자를 선정하는게 합병은행이 성공할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두 은행 직원이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화학적
통합도 관건입니다"

한국금융연구원 지동현 박사는 불안한 동거를 시작하는 한빛은행의 성공
전략을 이렇게 지적했다.

새로운 진단은 아니지만 두 은행과 정부가 절치부심하지 않으면 이뤄내기
어려운 대역사다.

합병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외국에 팔려 나갈 운명인 서울은행(76년,
한국신탁은행+서울은행)이 보여 줬다.

출신이 다른 파벌간 싸움으로 부실을 키웠다.

일본 다이이치강교은행은 합병후 입행한 세대가 임원이 된 합병 20년만인
지난 91년에야 인사부를 합쳤다.

지난 10월 시티은행과 트래블러스그룹이 합쳐진 시티그룹에서도 제임스
디먼 시티그룹사장(42)이 두 기관간 알력으로 사표를 내야 했다.

그는 월가에서 촉망받던 전문가였다.

반면 지난 91년 합병으로 탄생한 오스트리아 은행은 화학적 융합을 위한
9가지 전략으로 장애물을 어렵사리 넘어섰다.

상업 한일은행은 합병은행 출범을 한달여 밖에 남겨두지 않았는데도 화학적
융합을 위한 몸부림을 시작도 못했다.

새 행장 후보를 놓고 외부영입이 좋으니, 내부인사가 낫느니 하는 입방아만
무성하다.

통합작업이 쉬워보이는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도 인원감축을 놓고 벌인
갈등으로 직원간 손발맞추기 준비가 안돼 있다.

하나은행(하나은행+보람은행)만이 통합을 위한 연수를 시작한 정도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금융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고 주장했지만 이제
걸음마에 불과하다.

증자지원과 부실채권매각 등으로 원기를 가까스로 추스렸을 뿐이다.

경쟁력있는 은행을 만들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조작업을 본격화해야 한다.

합병은행에 특히 시급한 일이다.

소중한 재정자금을 넣었기 때문이다.

합병은행의 성공여부가 한국금융산업의 재도약을 좌우한다.

"한빛은행에는 벌써 5조원이 넘는 국민 돈이 들어갔다. 임직원들이 겸허한
마음으로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합병이 성공할수 있다"

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의 주문은 한빛은행 주주는 물론 금융계의 바람
이기도 하다.

[ 은행합병의 사회문화적 배경 비교 ]

<>.추진주체의 존재

- 미국 : . 주주의 강력한 요구
. 경영자는 주가극대화가 궁극적 판단기준

- 일본 : . 경영자의 적극적 역할
. 암묵적 개입을 통한 정부의 영향력 행사
. 대주주의 역할

- 한국 : . 정부가 촉구
. 임직원 소극적
. 주주 관심 적음

<>.합병에 대한 수용적 태도

- 미국 : . 은행의 경우 대부분 비노조
. 경영자에 대한 보상제도
주식옵션보유로 합병으로 인한 주가상승시 혜택
- 일본 : . 노사간 신뢰성
합병시 종업원의 불이익 최소화
상명하복의 전통

- 한국 : . 정리해고에 대한 노조의 반발
. 뿌리중시문화로 다른기관 출신 배척

<>.제도적 환경

- 미국 : . 최소한의 진입및 퇴출장벽
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이 용이
. 은행지주회사제도
. 탄력적 노동시장

- 일본 : . 합병을 통한 은행산업재편 경험
. 정부의 합병관련 정책
합병 관련법 개정에 대한 유인책

- 한국 : . 합병경험 없음
. 정부지원이 합병유인책
. 은행 산업환경 악화

[ 합병은행의 청사진 ]

<>.한빛은행(상업+한일) : . 한국을 대표하는 초우량은행
. 자산 : 135조원 BIS비율 : 13.34%

<>.하나은행(하나+보람) : . 종합자산관리 금융그룹
. 자산 : 163조원 당기순이익 : 2조1천억원

<>.?(국민+장기신용) : . 수퍼리딩뱅크
. 21세기원년 세계 100대은행 진입

*** 한빛은행은 2004년, 하나은행은 2005년 목표

<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