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1일 오후 국내 인사들을 초청해 "원탁회의"라는
이색적인 자리를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장하성 고려대교수, 박인상 한국노총위원장,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 손봉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유승민 KDI 수석연구원, 박병엽 팬택
사장 등 주로 경제관련 인사들이었다.

이날 초청된 인사들은 기업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외자유치 등에 대한
한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미국 대사관측이 나름대로 각계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다고 판단,선정했다.

다음은 대화요지.

<> 클린턴 대통령 =세계적으로 금융체제가 조정되고 있다.

이러한 일이 국경을 초월해 영향을 미칠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현재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과 그 원인, 한국과 미국이 해야할 일을
듣고 싶다.

<> 장하성 교수 =한국은 작은 나라로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국제금융시장 안정과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미국 주도 국제기구의 안정화 조치 없이 우리나라가 안정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 박인상 위원장 =한국의 철강업계에는 10만명의 근로자가 있다.

내수 경기부족으로 철강수출을 늘리고 있는데 미국에서 논란이 있다.

한국과 미국이 발전하는 방향으로 조치해 주길 바란다.

<> 손봉숙 소장 =IMF시대 직장에서 해고 1순위가 여성이다.

실직으로 전통적인 한국 가족관계가 해체되는 불행한 사태도 생기고 있다.

<> 박용오 회장 =과거 30년간 우리는 성장만 해와 IMF라는 첫 난관에
봉착하자 모두들 어떻게 할지 모르고 있다.

구조조정은 매우 시간이 걸린다.

<> 클린턴 대통령 =구체적으로 어떤 구조조정 조치를 취했는가.

회사조직을 변경시켰나, 행정체계를 간소화했나, 아니면 근로환경조직을
바꿨나.

<> 박 회장 =미국기업과 상당히 많은 합작투자를 했다.

부동산도 팔았다.

외국회사의 고용승계 등으로 2만명 직원이 올해말 9천명으로 줄어든다.

9개 회사를 한 회사로 통합했다.

<> 박병엽 사장 =최근 우리 회사는 모토로라로부터 20% 자본을 유치,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큰 기회를 얻었다.

앞으로 미국과 세계로부터 보다 많은 기업에 투자가 있을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

<> 유승민 수석연구원 =재벌을 부정하는 시각이 강하다.

현 정부의 재벌정책은 70~80%가 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너무 시장과
괴리되면 정부의 통제력이 오히려 강화되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

미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재벌에 대해 균형을 갖고 잘잘못을 가려야 하지
무조건 빨리 해야 한다는 것은 곤란하다.

<> 클린턴 대통령 =내 경험과 세계 경제 역사를 볼때 어떤 경제모델도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필요한 변화를 가져오고 경제활동의 목적을 유지하느냐이다.

5대재벌의 구조조정은 인내를 가져야 하나 대재벌이 변화와 개혁을 시작
해야 한다.

벤처기업을 장려할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매일 1.5조 달러가 화폐로 거래되는데 금융규칙을 정해 돈을 꾸었을때
이자한계를 책정하는 문제나, 헤지펀드는 어떻게 할지 등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