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분단 50년만에 성사된 금강산 관광길은 흥분의 연속이었다.

관광객들은 만물상 구룡폭포 해금강의 절경에 취해 감탄사를 연발했는가
하면 실향민들은 고향땅을 밟는 감회를 못이겨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번 관광에서는 고령의 실향민들이 어려운 등산길도 마다하지 않고
끝까지 금강산을 오르는 의욕과 노익장을 과시해 주변을 탄성을 자아냈다.

1901년생으로 최고령 관광객인 심재린(97) 할아버지는 다른 관광객들에게
전혀 뒤처지지 않고 관광을 마쳐 박수를 받기도 했으며 다른 고령자들도
반세기만에 밟은 금강산을 한번이라도 더 밟아보겠다는 의지로 고된 등산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의 여동생 희영여사는 작고한 어머니의 사진을
관광증에 넣어 목에 걸고 다녀 주변의 시선을 끌었다.

정 여사는 "통천에서 사시다 서울로 옮겨온 뒤 돌아가신 어머님께 금강산
절경을 보여드리기 위해 사진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

정 여사는 또 21일 만물상 코스의 절부암에서는 간단한 고사상을 차려놓고
현대의 금강산사업이 성공하기를 기원하기도.

<>.북한은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민통선내에 위치한 해금강을 금강산 관광
코스 가운데 하나로 개방해 금강산 관광에 대한 북측의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우리측 통일전망대가 한눈에 들어와 관광객들이 분단의 현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첫 금강산 관광에 대해 양측 실무 책임자들은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평가.

김윤규 현대 남북경협사업 단장은 "관광객들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좋은
매너로 관광에 임했으며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북한 사람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관광 3일 내내 장전항에서 여행을 점검한 북측 실무책임자인 금강산국제관광
총회사 방종삼 사장도 이번 여행에 대해 "대체로 만족한다"며 "북남이 하는
중요한 사업인 만큼 잘될 것이다"며 만족의 뜻을 표했다.

<>.금강산 관광객들은 장전항에서 온정리마을을 지날때가지 철조망이 쳐진
도로를 따라 여행하는 진기한 관광을 경험.

북한측은 금강산 관광에 앞서 남측 관광객과 북측 민간인의 접촉을 막기
위해 북측이 사용하는 도로와 별도의 도로를 놓아달라고 요청, 현대가
도로를 건설했다.

북측은 남한 관광객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여행용 도로와 마을 사이에
철조망을 설치했다.

관광객들은 "철조망 사이로 하는 여행은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여행이지만 주변을 둘러보는데는 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금강산행 버스가 출발하는 장전항에는 관광객들이 선물을 살 수 있는
임시 상점이 설치돼 19일 문을 열었다.

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관광객들은 출입국사무소를 통해 부두로 나가기전
이 상점에 몰려들어 담배, 송화가루, 술 등을 사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첫날인 19일 매출액은 5천달러, 이틀째인 20일 매출액은 1만달러였으며
북한산 들쭉술은 내다놓자 마자 동이나기도.

< 김정호 기자 jhkim@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