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조정에 따른 일시적 가격상승인가, 경기회복을 예고하는 신호탄인가"

반도체 철강 유화 등 소재의 가격이 일제히 상승커브를 그리면서 경기회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재 가격은 하반기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물론 수요가 늘어서라기 보다는 업체들이 재고조정을 위해 생산을 줄인데
더 큰 원인이 있다.

반도체업체들의 경우 지난 6월부터 매월 20%가량 생산을 줄여 왔으며 철강
업체들도 10%이상 감산해 왔다.

유화업체들 역시 설비보수 등의 형태로 생산을 조정해 왔다.

따라서 해당업체들이 생산을 늘리면 가격은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수출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등 수요기반이 조금씩
넓어져 경기회복을 예고하는 청신호로 봐야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외국자본의 유입이 늘어나는 등 자본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기초소재 가격의 상승은 공급축소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주문
증가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

반도체 철강 유화 등 소재업체들은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자 다시 공장가동율
을 높이기 시작했다.

최근의 소재가격 상승이 일시적 현상인지, 경기회복의 신호탄인지는 향후
가격추이를 보면 알 수있을 것이다.

<> 반도체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실시한 감산으로 악성재고가 완전히
사라졌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반도체 3사는 현재 재고는 1주일 정도의
생산물량에 불과하다.

16메가 D램 가격은 최근 두달새 50% 정도 급등했다.

4 x 4 싱크로너스 기준으로 지난달초 2달러선에서 현재 3달러선을 웃돌고
있다.

64메가 D램(8 x 8 싱크로너스)도 9달러선에서 10달러이상으로 회복됐다.

데이타퀘스트등 외국의 시장예측기관들이 모두 내년 하반기께 심각한
공급부족이 야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을 만큼 반도체 경기의 회복세는
빠르다.

최대 수요처인 PC 판매의 호조가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 철강 =냉연 선재 등 철강수요도 10월 이후 크게 늘었다.

지난 7월 1백9만5천t을 기록했던 포철의 내수 출하량은 10월중 1백14만t으로
늘었다.

반면 재고는 95만t에서 89만t으로 감소했다.

자동차업체와 파이프업체로부터 냉연제품의 주문이 늘어난 탓이다.

포철은 이에따라 35% 까지 떨어졌던 광양제철소 4냉연공장의 가동률을 최근
60% 이상으로 높였다.

선재 등도 수요업체의 주문이 밀려 공급이 달리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포철은 그러나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줄곧 주문량을 줄여온 수요업체와 판매점들이 갑자기 주문을 늘려 수급
균형이 잠깐 깨졌을 뿐이라는 것.

포철은 이같은 판단에 따라 감산체제를 당분간 더 유지키로 했다.

<> 석유화학 =주요 합성수지의 국제가격은 지난 8월을 바닥으로 고개를
들었다.

주요 업체들이 지난 상반기중 가동율을 낮춰 재고를 조정한 결과다.

국내 업체들은 유화제품 가격이 바닥권을 헤매던 지난 상반기동안 정기보수
등을 실시하면서 생산량을 조절해 왔다.

PVC(폴리염화비닐)공장의 경우 국내 업체들이 3.4분기 들어 일본과 비밀
협약을 통해 생산량을 줄이기도 했다.

유화업체들이 생산을 다시 늘리고 있으나 아시아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가 살아나고 있어 가격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 박주병 기자 jbpark@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