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제정책이 부처간 의견충돌로 혼선을 빚는 사례가 잦다.

경제부처와 비경제부처간의 전통적인 시각 차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경제
부처 내에서 조차 부처이기주의 내지는 한건주의 의식으로 인해 정책조율이
제대로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2일 발표한 "철강산업 경쟁촉진" 방안은 정책혼선
의 대표적인 사례다.

공정위는 이 방안에서 독점 공기업인 포철을 민영화할때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를 따로 분리해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산업정책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왠 뚱단지 같은 소리냐"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포항과 광양제철소 분리매각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이미 결론을 내고
포철의 일괄 민영화를 추진중인데 지금 그런 얘기를 하면 어쩌라는 것이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목적세 폐지를 둘러싼 최근 부처간 힘 겨루기는 전형적인 부처이기주의에서
비롯됐다.

재정경제부는 오는 2000년부터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교통세 등 3개 목적세
를 없애는 "조세체계 간소화법"의 제정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이들 목적세 세수를 예산당국의 간섭없이 써온 교육부 농림부 등이
반대해 목적세 폐지 입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대기업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산자부는 대기업 그룹이 내년말까지 낮춰야 하는 부채비율 2백% 목표에서
종합상사는 원천적으로 빼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경부와 금감위는 업종의 특수성은 감안할 수는 있지만 종합상사만
완전 별도로 취급할 경우 소속 그룹의 구조조정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5대 그룹의 구조조정에 대한 시각이나 평가도 산업자원부
재경부 금감위 등 부처마다 달라 기업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
한다.

최근들어선 대외개방을 둘러싼 부처간 다툼도 증폭되고 있다.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투자협정과
관련해선 적극적 개방파인 외교통상부와 경제실리 우선파인 재경부 등 경제
부처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스크린쿼터제(국산영화 의무상영제)를 둘러싼 외교부와 문화관광부간의
대립도 같은 맥락에서 불거진 것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소장은 "경제부총리가 없어진 이후 여러 부처가 관련될
수 밖에 없는 경제정책에서 교통정리가 잘 안되고 있다"며 "어디선가 구심점
이 돼 이견조율을 해줄 장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이동우 기자 leed@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