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제정책 결정과정에서 사사건건 부처간 이견이 노출되는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게 경제부처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의 분석
이다.

경제장관들의 서로 다른 정치연고와 거기에서 비롯된 파워게임이 뒤엉켜
정책결정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권 초기에나 있을 수 있는 갈등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된 데는 우선 정치적인 이유를 꼽을 수 있다.

현재 경제장관들은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에서 제각각 추천한
인물들로 정치적 연고가 다르기 때문에 팀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박태영 산업자원부, 김성훈 농림부장관은 대표적인 국민회의 출신
이고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이정무 건설교통부
장관 등은 자민련 추천 케이스다.

물론 장관이란 자리가 모두 대통령의 통제하에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민감한
정책결정과 의견조율에선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특히 내각제 개헌문제로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틈새가 벌어질 가능성이
잠재돼 있는 상황에서 자민련 출신 장관들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명분이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재경부가 목적세 폐지를 강하게 밀어부치지
못하는 것도 교육부와 농림부 등 반대부처의 장관들이 소위 "국민회의 출신"
이기 때문이란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둘째 연말이나 연초로 예상되는 개각을 앞두고 각 부처 장관들의 건수
올리기 경쟁도 부처간 마찰의 한 요인이다.

특히 산자부 공정위 등이 관련 부처와 사전협의가 필수적인 수출금융지원
이나 포철민영화방안과 같은 정책을 독자적으로 공표한 것이 그렇다.

그런 사안들은 부처간 내부토론과 협의를 충분히 거쳐 최소한 대외적으론
정부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부처들이 이런 절차와 관행을 무시하고 정책의견을 제시
함으로써 잡음이 일고 있다.

셋째 경제부총리의 부재도 문제다.

과거 같으면 부처간 이견사항은 경제부총리의 지휘아래 어느정도 조정이
되곤 했다.

그러나 경제부총리가 없어져 경제정책 조정과 관련된 "힘의 공백"이 생겼다.

모든 경제부처들이 자기의견을 제각각 발표하고 각개약진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당초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실이 부처간 이견조정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
됐으나 주요 현안에선 어디서도 조정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