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 주석이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으나 옐친 대통령의 급작스런 와병으로 두 정상의
만남이 "병실 회담"이 됐다.

23일 모스크바 교외 노보 오가표보 휴양지에서 장 주석을 만날 예정이던
옐친 대통령은 회담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체온이 39도까지 치솟는 폐렴
증세를 보여 중앙병원에 입원했다.

이에 장 주석을 비롯한 중국 대표단과 러시아측 참석자들은 장소를
중앙병원으로 옮겨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회담시간은 당초 계획보다 단축돼 40분만에 끝났다.

지난 92년 이후 6번째인 이번 중.러 정상회담은 비공식 회담으로 공식의제
없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은 "러.중 정치선언"과 "서부국경획정" 등 두가지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정치선언에서 두 정상은 제반 국제상황에 대한 양국의 입장, 21세기 양국
관계 확대방안 등을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주석은 특히 러시아의 경제난 극복을 돕기 위해 식품과 의약품을 비롯한
생활 필수품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양국이 교역등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해 우호관계를 돈독히 다져
나간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회담 소식통들은 말했다.

양국의 올해 교역 규모는 지난 10월말 현재 44억7천만달러로 작년에 비해
6.8%나 감소했다.

연말까지의 교역액도 50억~56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오는 2000년까지 양국간 교역규모를 2백억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지난 8월 러시아에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교역량이 눈에 띄게 둔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투자면에서도 중국에서 활동중인 러.중 합작 법인이 9백44개에 불과하며
투자규모 역시 1억달러에 머무르는 등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은 25일까지 러시아에 머무르는 동안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총리, 겐나디 셀레즈뇨프 국가두마(하원) 의장 등 러시아 주요
인사들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