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정씨는 3년전 갖고 있던 얼마간의 땅을 김씨에게
1억원에 팔았습니다.

당시 매매대금으로 5,000만원은 현금으로, 5,000만원을 6개월짜리
약속어음으로 받았습니다.

또 계약과 더불어 일단 등기는 김씨에게 넘겨주되, 만약 약속어음이 부도날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정씨는 별 생각없이 6개월을 기다렸는데, 일이 잘 안되려고 그랬는지 6개월
이 지나자 그 약속어음은 부도가 났습니다.

정씨는 땅을 산 김씨를 찾아가 보았지만 김씨는 이미 그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기고 자취를 감춰버린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그 땅을 산 사람은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려 썼다가 갚지 못해서 벌써
땅이 경매처분되는 최악의 상황에 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씨가 등기부 등본등을 확인해 보니까 현재 그 땅은 최씨라는 사람이 경매
를 통해 사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정씨는 어음을 부도낸 김씨와의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그 땅을 되찾아오고
싶은데 그것이 가능한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씨는 매매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부도났기 때문에 김씨에게 계약을 해제
하고 땅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을 해제하는 것은 계약 당사자에게만 효력이 있을 뿐 다른
제3자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씨는 김씨와의 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해서, 김씨에게서 땅을 산
사람이나 경매에서 땅을 산 최씨에게 그 땅을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 건에서 정씨는 약속어음이 부도날지 모른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상했으면
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김씨에게 선듯 등기를 넘겨주었기 때문에
그런 피해를 입은 것입니다.

정씨가 이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그 땅에 미리 처분금지가처분을
해두었다가 어음이 만기에 지급이 되면 그때가서 가처분을 해지해 주었어야
했습니다.

처분금지가처분이란 어떤 부동산을 다른데 팔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것을
말하는데 가처분을 신청하려면 법원에 가처분을 해야 하는 이유를 적은
신청서를 내면 됩니다.

보통 법원에서는 가처분신청서를 받게 되면 신청서류를 심사해서 3,4일
안에 가처분결정을 해줍니다.

그러면 이 결정문에 따라 그 부동산의 등기부에 처분할 수 없다는 표시를
하게 되는데, 이 표시가 있으면 그 부동산을 팔 수 없게 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정씨는 김씨와의 계약을 해제할 수는 있지만 그 땅을
되찾을 수는 없기 때문에 단지 김씨 때문에 입은 손해의 배상만을 구할 수
있겠습니다.

< 변호사. 한얼종합법률사무소 hanollaw@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