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막론하고 성풍속사에 드러나는 하나의 공통점은 여성의 성적
방종에는 가혹할이만큼 강한 제재를 가했으면서도 남성의 성적쾌락추구는
눈감아 버린다는 점이다.

서양에서도 선량한 여성의 성생활은 19세기전까지는 극히 제한된 것이었다.

더구나 오랫동안 유교윤리가 지배해온 아시아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했다.

특히 "동방예의지국"을 내세웠던 한국의 성풍속은 유별나게 가혹했다.

여자는 7살만 되면 바깥 출입을 금지시켰다.

부득이 외출할 때는 장옷을 둘러썼다.

그만큼 내외법이 뿌리박혀 있었다.

성행위를 규제하는 풍습은 극도에 달해 부부를 금욕주의적 생활로 내몰았다.

부부는 안방과 사랑에 따로 거처했다.

합궁일도 시어머니가 정해줬다.

남편이 헛기침을 하며 안방에 들어갔다가 욕구만 충족시키면 금새 사랑으로
나왔다.

소박을 맞거나 남편과 사별해도 "죽어도 시집 울타리 밑에서 엎드려 죽으라"
는 친정부모의 "열녀강요법"을 따라야 했다.

약혼한 남편이 병으로 죽은뒤에도 시집가는 "마당과부"이야기는 지금 들어도
애처롭다.

그속에서도 남편의 축첩은 정당화되었다.

젊은이들이 성은 더이상 쾌락이나 윤리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행복추구권에 관련된 문제라고 공공연히 외치고 있을 만큼 달라진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사회에 감춰진 성문제는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늘진 곳에서는 미성년자 매춘알선행위가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얼마전에는 중.고교생들이 포르노비디오를 만들어 판 일도 있었다.

여고생들 가운데는 낙태계가 성행하고 있다 한다.

1년동안 태어나는 미혼모 아이는 1만명이나 된다.

보수문화의 모태속에 음란문화가 부쩍부쩍 커가고 있는 성적 아노미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우리사회다.

국내 최초의 성공개토론장이 될 제5회 아시아성학회가 25일부터 29일까지
본사 사옥에서 열린다.

성문화에 관한한 아직 촌티를 벗지 못하고 있는 우리가 건전한 성문화를
진지하게 모색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