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24일 내놓은 개발제한구역제도개선방안은 그린벨트에 처음
으로 칼을 댄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그린벨트가 지난 71년 처음 지정된 이래 지금까지 47차례에 걸쳐 부분적인
규제완화는 있었지만 해제를 전제로한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대중대통령이 대선공약 이행차원에서 그린벨트를 가능한한 많이
풀겠다고 여러번 공언한 상태여서 구역해제 기대감은 어느때보다 높다.

이번 발표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느 것은 그린벨트내 토지거래다.

그린벨트는 그동안 개발이 억제됐기 때문에 이축권(그린벨트에서 집을 헐고
다른 곳에 집을 지을 수 있는 권리)을 제외하고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부터 그린벨트 해제가 단계적으로 이뤄지면 사정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린벨트내 토지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려들 가능성이 높아져서이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해제지역이 나오지 않아 관망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린벨트 지역 중개업소에 매입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새로운 부동산 유망상품으로 떠오를 개연성이 높다.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건교부가 그린벨트
해제에 적극적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효율적인 국토개발 측면에서도 이번 방안은 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그린벨트는 제한된 범위내에서 건축행위가 허용돼 아파트나 대형
빌딩 건축이 불가능했다.

이로인해 보전가치가 높은 임야나 준농림지가 훼손되는 경우가 많아 균형적
인 도시발전에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이같은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벨트내 나대지나 보전가치가 낮은 토지를 이런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이번 방안은 문제점도 많이 내포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인구집중이나 세부조정작업을 맡을 지방자치단체들의
무분별한 해제등 부작용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

가뜩이나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가 세수증대를 위해 즉흥적인 조치들을
취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해제작업에 들어갔을때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큰 혼란이 생길 것이 자명하지만 건교부는 이에대한 대비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해제문제를 심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력
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주민 불편 해소차원에서 구역지정 이전부터 있던 대지에 환경평가전이라도
주택 신축을 허용한 것도 문제다.

구역 해제여부에 관계없이 대지에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한 것은 신성불가침
이었던 그린벨트를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송진흡 기자 jinh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