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한 참여 민주주의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앞다퉈 개설된
정치인들의 홈페이지가 매우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홈페이지를 개설한 국회의원이 80여명에 지나지 않는데다 대부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사이버 공간의 공해" 취급을 받고 있다.

국회 홈페이지(www.assembly.go.kr)에는 현재 국회의원 59명의 홈페이지가
연결돼 있다.

그러나 권철현 김덕룡 김진배 이재명 정형근 최형우 의원 등의 홈페이지는
접속조차 되지 않는다.

김명규 김상우 김성곤 류종수 박관용 박세직 전용원 정균환 조성준 천용택
의원 등 10여명의 홈페이지는 접속은 되지만 내용이 전혀 없다.

박찬주 배종무 조홍규 천정배 의원 등의 홈페이지는 첫 페이지만 달랑 떠
있었다.

운영중인 홈페이지 가운데서도 제대로 가꾼 곳은 거의 없다.

쓸만한 자료도 없고 자료라고 해봐야 주로 프로필 의정활동 지역구활동소개
나 신문기사 등으로 천편일률적이다.

의정활동을 사진이나 문서로 볼 수 있는 자료실도 갱신주기가 너무 길거나
아예 방치돼있다.

지난 3월 국민회의 사무총장직을 그만둔 김충조 의원의 경우 홈페이지에는
아직도 "사무총장 김충조"다.

심지어 96년이후 한번도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지 않은 홈페이지도 있다.

국민회의 방용석 의원 홈페이지의 경우 96년 8월을 끝으로 새로운 의정소식
이 없다.

반면 눈길을 끄는 홈페이지도 보인다.

자신의 전공분야를 살려 경제 과학 의학 등의 정보를 올린 서상목.이상희.
정의화 의원 홈페이지나 웹진형태로 꾸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김민석
의원 홈페이지 등이다.

김형오 의원의 경우 자료실 메뉴에서 화면보호기(스크린세이버)와 배경화면
을 제공하는 등 깔끔하게 구성했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 홈페이지는 접속하면 지게를 지고 있는 김의원의
애니메이션과 함께 "국회의원이 벼슬입니까. 국민의 머슴이지요"라는 문구가
눈길을 모은다.

국민회의 한광옥 부총재 홈페이지에 접속할때 나오는 "한광옥 부총재님의
홈페이지입니다"라는 문구와 대조적이다.

김문수 의원은 인터넷을 의정활동에도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때는 감사결과 등의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전자우편을
통해 네티즌의 의견을 접수받기도 했다.

국민회의 길승흠 의원도 국정감사 관련 자료를 질의 내용을 "북소리"메뉴에
올려 네티즌이 열람할 수 있도록 했었다.

국내 정치인 홈페이지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의 강점이자
사이버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쌍방향 대화 기능이 없다는 점.

거의 모든 홈페이지가 홍보성 내용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데 그치고 있다.

네티즌이 자유롭게 의견을 적고 토론을 벌일 수 있는 게시판을 제공하고
있는 홈페이지는 손에 꼽을 정도.

국회의원의 전자우편 주소가 없는 홈페이지도 수두룩하다.

게시판의 기능을 만든 홈페이지도 대부분 올라온 글이 10건을 넘지 않는다.

네티즌의 참여가 활발한 곳으로는 이해찬 교육부장관과 김홍일 의원 홈페이
지를 꼽을 수 있다.

이 장관 홈페이지의 방명록과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2백70여건.

중.고등학생과 물론 대학생 교사 대학교수까지 교육관련 질문사항과 각종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김홍일 의원 홈페이지의 "네티즌한마당"코너에도 네티즌들이 2백건 이상의
각종 정책제언 및 의견을 올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전자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책토론을 벌일 수 있는
토론방을 마련하고 각종 자료와 정치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메뉴를 마련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keddy@ www.ked.co.kr/kedd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