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용지 생산의 요람이던 한국제지 안양공장이 내달중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한국제지는 약 40년동안 백상지등 인쇄용지를 만들어온 안양공장의 설비를
철거하고 있으며 12월중 이 설비를 베트남으로 수출하기 위해 교섭중이라고
밝혔다.

안양역 바로 옆에 있는 이 공장은 단사천 회장에 의해 설립됐다.

58년 공사를 시작, 60년초 가동에 들어가 무림제지 대구공장등과 함께
현존하는 인쇄용지 공장중 역사가 오래된 공장중 하나.

창업 당시 이곳은 연인들이 즐겨찾는 포도밭이었는데 포도나무를 베어내고
공장을 건설, 수입에 의존하던 백상지를 국산화하는 첨병역할을 했다.

독일 에셔비스사의 초지기를 설치, 60년대 국내 수요량의 절반을
공급하기도 했다.

첨단설비를 갖춘 공장이어서 고위관료들이 자주 방분하기도 했다.

77년 대홍수때는 안양천이 범람, 기계설비와 원자재가 모두 잠기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당시 외국기술진은 적어도 한달이상 수리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임직원이
철야작업 끝에 불과 1주일만에 재가동에 성공해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했다"고
이연기 한국제지 사장은 회고했다.

이곳에 근무했던 인력중 상당수가 제지업계 중진으로 널리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이 공장은 제지분야의 인재 배출창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순국 신호그룹 회장 등이 이 공장 출신이다.

이 공장 부지는 삼성건설에 의해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공장근로자 2백80명중 1백60명은 명예퇴직했고 나머지는 온산공장이나
수도권물류창고등지에서 일하게 된다.

< 김낙훈 기자 n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