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한 중국업체가 호주에 수출을 시도했다.

호주 수입업자는 이 업체에 ISO인증을 요구했다.

중국업체는 중국 인증기관으로부터 딴 인증서를 제시했다.

하지만 호주 바이어는 호주 인증기관에서 딴 인증을 요구했다.

중국업체가 호소하자 호주 인정기관인 JAS-ANZ는 "중국 인증이 호주 것과
동등하다"고 인정했다.

중국은 이미 태평양 인정기관 협력기구(PAC) 회원국이었고 PAC 회원국들끼리
는 상호인증이 시작된 것이다.

호주 바이어가 이를 받아들여 중국업체는 무사히 수출주문을 따냈고 지금도
호주에 수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인증기관에서 받은 인증서가 외국에서 문제없이
통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가 상호인증협약에 가입하지 못해서다.

이와 관련해 한국품질환경인증협회(KAB) 관계자는 PAC에는 내년 7월,
국제인정기관협력기구(IAF)에는 내년 10월에 가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 이 협력기구에 가입한 회원국에서는 국내 인증기관으로부터 딴
ISO인증도 효력을 갖게 된다.

만약 바이어나 기업이 인증서를 퇴짜놓으면 그 나라의 인정기관이 시정을
요구하게 된다.

협정이 발효되면 우리의 인정 및 인증제도도 국제규격에 맞춰 탄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감안해 정부도 지난해 7월 품질환경촉진법을 바꿔 상호인정과 관련된
조항을 담았다.

ISO(국제표준화기구)가 만든 규격을 그대로 따르는데도 서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다른 나라의 인증제도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가나 인정기관끼리 서로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이 불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엔 국제인증기관협력기구(IQNET)가 나섰다.

그러나 인증기관끼리의 합의만으론 한계가 있다.

기업이나 바이어들이 상호인정을 거부하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서로의 인증제도를 심사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인증제도뿐 아니라 인정제도도 점검해야 한다는데도 합의가 됐다.

이 시도로 태어난 것이 국제인정기관협력기구(IAF)다.

3년 가까운 논의를 거쳐 현재는 전세계적인 상호인증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올해초 중국의 광저우시에서는 제11차 IAF 회의가 열렸다.

38개 IAF 회원국중 36개국 대표 88명이 참가한 이 회의에서 제1차 국제
다자간상호인정협정(MLA)이 조인됐다.

이 협정에는 미국 일본 호주 중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웨덴 영국 스위스 아일랜드 등 16개국이
서명했다.

이들은 모두 IAF의 심사를 통과한 나라들이다.

그러나 이때 맺은 MLA는 아직 공식 발효되지 못했다.

대륙마다 2개국 이상이 가입해야 협정이 발효되도록 약속한 때문이다.

아직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가 하나씩 모자란다.

남미에서는 브라질이, 아프리카 국가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내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총회 때 협정에 가입할 예정이어서 협약이 발효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한편 QS9000 부문에서는 상호인증 조짐이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이다.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가 전세계 인증심사원들에게 재시험을 요구해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에 대해 IAF PAC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빅3는 미국 국내에서
새로운 QS9000 기준을 강행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