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철 < 광혜병원 정신과 원장 >

성의 자유화로 인한 필연적 결과인가.

성의 황폐화 현상인가.

각종 매스컴, 컴퓨터 대화방, 인터넷, 비디오 영화에서 "성"은 범람하고
있다.

10대에까지 사랑한다면 섹스를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통신매체의 발달로 개인의 성적 공상은 아무런 통제없이 언제 어디서든
행동화할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각종 통신매체는 익명성의 보장으로 "성"을 뻔뻔스럽게 해주었고 신속하게
처리해 줄 수 있다.

성의 노골적인 상품화도 젊은이들에게 캐주얼한 의미의 섹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안밖 가리지 않고 젊은 연인들은 포옹이나 키스를 한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종교적 신념이나 도덕적 가치는 더이상 힘을 못쓰는게 이 땅의 현실이다.

어른들은 걱정반, 놀라움 반이다.

"도대체 왜들 그러는 것일까"

역시 억압된 성문화와 관련, 성을 과대 평가하는 사회 풍조의 영향이 큰
탓이다.

과거에 비해 사춘기도 4~5년 빨라지고 있다.

TV나 영화에는 다투어 "성"을 예찬한다.

더불어 상품으로 이용하고 있다.

광고에도 조숙한 관능적 10대 모델들을 사용하는 세상이다.

때문에 정신적으로 아직 미숙한 젊은이들에게 사회가 "성"을 과부하시키는
노릇도 분명한다.

가족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도 문제다.

가족관계가 예전처럼 긴밀하지 않기에 청소년들은 다른 곳에서 위안을
찾으려 든다.

성적인 관계에서 인간적 친근감이나 사랑을 찾으려 드는데 집착하는
사람들일수록 정서적 외로움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서다.

성에 대해 "침묵"으로 가르쳤던 부모의 영향도 크다.

때문에 성적 호기심은 성 자유화 풍조에 편승해서 사랑의 자유와 유희를
합리화시킨다.

기존의 성 관념에 반기를 들겠다는 호기어린 선언도 한몫 거든다.

성적 탐닉이나 방탕은 사실 기성세대가 강요하는 가치관이나 습관에 반항
하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성세대로부터 자신이 당당하게 독립을 선포하고, 염연한 성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확인하려는 의지도 포함되었다.

즉 "내가 내 육체를 원하는대로 할 수 있으며, 부모든 선생이든 그 누구도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요즘 젊은이들은 영악스러울 정도로
잘 알고 있다.

성적행위를 통해 좀 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다는 심리적
의지는 당연한 권리일 수 있다.

인간적 소외가 편재한 이 땅에서 개인적 "쾌락"에의 탐닉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보충해 줄 것이다.

성적 탐닉이야말로 어쩌면 진실한 인간적 관계를 갖게하는 마법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꿈꾸는 이도 있다.

사실 젊은 연인들의 로맨틱한 사랑은 보편적인 생리적 현상이기도 한다.

그러나 섹스에 대한 무절제한 탐닉이나 겉도는 유희적 담론으로 성에 대한
성숙한 태도가 보장되진 않는다.

사실 이 시대를 살며 요즘 세태의 성행동을 두고 옳고, 그른지,정상인지
비정상인지 또는 자연스런 것인지, 부자연스런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 함부로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다.

도덕적 비난이나 제도적 장치로 우후죽순처럼 튀어나오는 "자유로운 성"을
얼마나 제어할 수 있을런지도 의문이다.

어쨌거나 성에 대해 어떻게 표현되든 성은 분명 우리들 삶 가운데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성에 대한 만족스런 느낌은 자신을 이해하고 자존심을 기르는데도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문제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사려깊고 책임감있게 행동하면 인간적 자존심도
높이고 인간관계를 개선시키고,고민은 최소한으로 줄일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된다.

성에 대해 나쁘다거나 더럽다는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도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이 시대의 "넘치는 성"에 대한 예방책은 결국 개인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해 주는데서 시작되야 한다.

성담론의 자유화가 성적 방종을 뜻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불건전한 성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장.단점, 그리고 부작용에
대한 솔직한 담론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만이 대안이다.

이의 전제조건으로 중.고교생에게 열린 성교육이 실시돼야 한다.

성에 대해 무지한 사람일수록, 왜곡된 인식을 많이 하고, 또 그들이 이
문제로 가장 큰 상처를 입는다.

될수록 많은 정보, 정확한 최선의 정보만이 "건강한 성적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해줄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