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의 석유회사인 엑슨이 4위업체인 모빌을 인수하기위한 협상이
막바지단계라고 한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미국 뱅커스트러스트 인수, 미국
최대 PC통신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의 네트스케이프 합병추진발표에
이어 나온 것이어서 M&A(기업인수합병)시장이 달아오르고 있음을 엿볼 수
있게한다.

이른바 메가 머징은 업계지도를 바꾸게 마련이다. 엑슨이 모빌을 인수하게
되면 합병회사의 매출액은 1천8백억달러(97년 기준)에 육박, 1위였던
로열더치셸을 훨신 웃돌게 된다. 모빌의 제휴업체인 브리티시피드롤리엄
(BP)을 비롯 유럽쪽에서 보잉-맥도널 더글러스(MD)합병때처럼 독금법위반
이라고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엑슨과 모빌은 미 독금법에 따라
스탠더드 오일이 분할되면서 생겨났던 회사들이자 현재 미국 석유업계 랭킹
1,2위 업체이기 때문에 그 합병에 대한 미국 사법당국의 독금법 해석 또한
관심을 끈다.

도이체방크가 뱅커스트러스트를 오는 29일자로 인수하게되면 은행랭킹도
바뀐다. 자산규모 8천3백억달러의 세계최대은행이 나오게된다. 또 AOL이
네트스케이프를 인수하게되면 인터넷 브라우저시장을 사실상 지배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영향력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된다.

이같은 대규모 M&A는 따지고보면 벤츠의 크라이슬러 인수, 폴크스바겐의
롤스로이스 인수 등과 마찬가지로 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한 것이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확실성이 더해가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00년대 세계자동차시장에서는 많아야 10개이내의
자동차메이커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조차 없지않고, 최소한 연산 2백60만
대규모는 돼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게 보편적인 인식이 되고 있다.

엑슨과 모빌의 합병도 따지고보면 위기의식이 바탕이라고 볼 수 있다.
오랜기간 지속된 저유가아래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석유 메이저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에 따라 지난 8월 BP와 미국 아모코간 합병에 이어 엑슨과
모빌의 짝짓기가 나오게 됐다는 얘기다.

메가 머징은 해묵은 감정이나 국경을 넘어서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시각
으로 보면 놀랍기만 하다. 벤츠-크라이슬러는 차치하더라도 "영국의 자존심"
으로 통하던 롤스로이스가 독일 폴크스바겐으로 넘어갔다는 점은 그런 점에서
특히 주목할만 하다. 도이체방크의 뱅커스트러스트 인수도 대서양을 건너는
M&A이기는 마찬가지다. AOL의 네트스케이프 인수는 종전까지 MS와 제휴,
네트스케이프를 공략하던 진영에 섰던 AOL이 어제의 적과 합쳐 반MS체제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 엑슨과 모빌의 짝짓기도 우리네 M&A문화로 보면 충격적
이기만 하다.

세계적 기업들은 이처럼 바뀌고 있다. M&A를 통한 변신 노력에는 금융업과
제조업, 첨단산업과 재래산업에 차이가 없다. 우리 기업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