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조정위원회가 27일 석유화학 등 "빅딜" 4개 업종에 대해 사실상
"반려"에 가까운 평가를 내린데 대해 재계는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

수개월에 걸쳐 만든 합의안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외자유치와
영업에 차질이 빚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지원의 대상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은 유화와 항공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애초에 우리가 하자고 해서 한 구조조정도 아니었다"며 소리를
높였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미쓰이 등 일본측과 연말까지 최소한 15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키로 합의했는데 금융지원을 않겠다면 어쩌란 말이냐"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덤벼드는데 우리 스스로 깎아내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모 항공업체 임원은 "세계적 기업이 투자하면 일부 회생가능하다는 최악의
평가를 내려놓고 혹시 그런 업체가 투자하면 지원하겠다는 모순된 말을 하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불만이 있기는 비교적 사업성이 있다고 인정받은 철도차량 업계와
정유업계도 마찬가지다.

철도차량업계는 인원조정과 설비감축문제 등 구조조정노력이 미흡하다는
평가에 대해 "아직 3사의 합의가 덜돼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시간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철차업계는 내달 중순 중간보고서를 내는 것을 목표로 매킨지에
용역을 맡겨놓은 상태다.

현대정유 관계자는 1천4백억원의 부채를 출자전환키로 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외자유치가 이뤄질 경우"로 단서를 단데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더 많은 외자를 신속히 유치하기 위해서는 출자전환을 통한 재무구조개선이
먼저라는 설명이다.

기업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이유는 사실 내용보다도 갑자기 얼굴을 바꾼
정부와 금융권에 대한 배반감이 먼저다.

전경련 관계자는 "그동안 다섯차례 정.재계간담회를 통해 서로 이견은
있었지만 보조는 맞춰왔었다"며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경제정책을
어떻게 믿고 기업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모그룹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삼성그룹의 구조조정이 모범적이라느니
SK그룹의 구조조정이 끝나간다느니 했던 사람이 누구냐"며 고위층의 한마디에
소신을 꺾고마는 경제각료를 질타했다.

어쨌든 사업구조조정위원회가 최악의 평가를 내림에 따라 기업들은 다시
처음부터 협상을 벌이고 계획을 짜야 하게 됐다.

전경련 관계자도 대책을 묻는 질문에 "실현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강도높게
짜는 수밖에 더 있느냐"고 되물었다.

출자전환이 "없었던 일"이 될 경우 한동안 영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 업체는 자금난의 위기에 몰리고 만다.

전경련 관계자는 "외국인은 구조조정의 결과보다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며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에 개입하면 할수록 국가신인도 회복에는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