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 건강해야만 건전한 가정과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

제5차 서울아시아성학회가 29일 "제4의 건강"으로 불리는 "성적건강"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성과를 남기고 5일간에 걸친 일정을 모두 마쳤다.

한국경제신문과 서울아시아성학회조직위가 공동 주최한 이번 학회에서
4백여 국내외 성전문가들은 "성은 정신.육체.사회의 건강에 이어 네번째로
큰 의미를 갖는 지표"라며 "공개적 논의를 통해 품격있는 성의식을 정립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최형기 조직위원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개인의 행복과 미래지향의 발전적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건전한 성의식 확립이 핵심"이라며 "이중적이고
소모적이었던 우리의 성문화를 활발한 대중적 논의와 올바른 성교육으로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위원장은 특히 "한국 남성들은 성기능이 떨어져도 정력증강제만 찾았을
뿐 성의 심리적 생리적 측면에서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자세는 보이지
않았다"고 남성 중심의 성풍토를 비판하고는 "성 지식을 습득하고 성기능
장애를 예방 치료함으로써 건강한 부부관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성의 상업화에 대한 견제도 건전한 성을 실현하기 위한 과제로 지적됐다.

구성애 내일신문 성교육센터소장은 "성행위에만 집착한 나머지 성이
가벼워지고 스트레스를 풀거나 고객을 접대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생명사랑 쾌락이 조화된 성의식을 가꿔나가자"고 강조했다.

엘라이 콜먼 세계성학회장도 "성적 방종과 음란을 규제로 몰아내기는
어렵다"며 "시민민주주의가 성숙되고 문화의 다양성이 인정되며 품격낮은
성을 배척하는 성교육이 이뤄져야 왜곡된 성의식을 개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이 건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참석자들은 크게
세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발상의 전환이다.

주강현 민족문화유산연구소장은 "유교와 한국 초기 기독교가 규정해놓은
근엄하고 이중적인 성에 대한 가치관을 유연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며 "성풍속에 대한 연구와 성의 공론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둘째로 정정만 준남성크리닉원장은 "부부간 성적 불만을 해결하면서 신뢰를
구축하려면 성의 생리 및 심리, 성적 쾌감을 높이는 기법을 습득해나가야
한다"며 "취미생활과 운동으로 성기능장애를 예방하며 병이 생길 경우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는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셋째는 성적 자극에 무분별하게 노출돼있는 자녀들에게 합리적 성의식을
심어주는 것.

신승철 정신과 병원장은 "정서적 성적 억압이 심할수록 자녀는 자위행위
빈도가 높고 대인관계가 위축되며 작은 일에 쉽게 상처를 받는다"며
"부모들이 자연스럽고 현실감있게 지속적인 성교육을 해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학회 참가자들은 성에 대한 정보를 개방하되 혜안을 갖게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교육이 이뤄지면 음란과 퇴폐가 설 자리는 줄어들고 건강한 성의식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