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충전해서 다시 사용하는 전지)업계에 로열티 비상이 걸렸다.

어렵사리 제품을 개발,양산시설을 구축하는 단계에 이르자 외국업체들이
자사의 원천기술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로열티를 요구하고 나선 것.

2차 전지는 국내시장 규모가 2003년 3조원(올해 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성장산업으로 LG화학 삼성전관 새한 SKC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2차전지의 원천기술을 갖고있는 업체는 영국 AEA테크놀러지, 미국
벨코어, 일본의 아사히카세이 등.

AEA테크놀러지는 리튬이온전지와 리튬폴리머전지의 양극에 들어가는
LiCoO2(리튬코발트옥사이드)를 처음 개발해 원천특허를 갖고 있는 회사다.

또 벨코어는 리튬폴리머 전지의 제조기술에 관련된 원천특허를,
아사히카세이는 리튬이온전지 전극사이에 들어가는 막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술및 재료는 모두 2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것이어서 로열티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AEA테크놀러지코리아는 한국 업체들에 자사가 최근 2차전지 관련 원천특허
보유 업체라는 점을 환기시키는 내용의 통지서를 이미 보냈다.

AEA사의 특허는 2000년 3월 만료되는 것이긴 하나 현재 일본의 8개 2차
전지업체를 비롯, 전세계 20여개 업체가 로열티를 내고 있어 국내 업체들도
특허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리튬이온전지의 샘플생산에 들어간 LG화학의 경우엔 AEA테크놀러지의
요구에 따라 이미 상당액의 로열티를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LG화학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시장에 대한 수출등을 고려해 일찌감치 특허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로열티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외국의 예로 보아 1백만달러 이상의
정액로열티와 매출액 대비 2~3%의 런닝로열티 지급을 약속하는 수준에서
로열티협상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관도 AEA테크놀러지로부터 로열티지급 요구를 받고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관은 최근 리튬이온전지 샘플 제품을 생산, 삼성전자에 납품했다.

특히 앞으로 해외시장에 수출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어 그 이전에는
로열티 문제를 해결하거나 판매시기를 특허만료이후로 늦춰야 하는 상황이다.

연내 리튬이온전지 생산라인을 구축할 예정인 SKC와 2001년초 리튬폴리머
전지의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새한은 다른 업체들의 움직임을 보고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열티 공세가 아직은 거세지 않으나 국내업체들이
양산에 들어가는 내년에는 원천기술 보유업체가 동시다발적으로 특허료를
요구해올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 윤진식 기자 js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