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꿈에서 기억하는 건 주로 영상이다.

빛깔이나 모양, 희미한 윤곽, 풍경이나 얼굴, 도시나 집의 생김새,동물
모습등이다.

이미 보았던 사물이 머리속에 기억돼 꿈속에서 비슷한 형상으로 재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은 어떤 꿈을 꿀까.

시각장애인들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일반인과는 다르다.

일반인은 주로 보는 것에 의해 사물을 인식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볼 수
없기 때문에 청각이나 후각 촉각으로 인식한다.

또 이런 감각들이 일반인보다는 훨씬 예민한 상태에서 모아둔 정보를
기억속에 간직하게 된다.

따라서 시각장애인들의 꿈은 일반인과 같지 않다.

영상이 아닌 다른 감각형태의 꿈을 꾼다.

예컨대 춥다든가, 너무 덥다든가, 배가 고프다든가, 무섭다든가, 마음이
편하다든가 등이다.

일반인도 물론 꿈속에서 이런 느낌들이 나타나지만 영상 이미지가
더 강하기 때문에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시각장애인들의 꿈에 영상이 전혀 안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시각장애인들도 상상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점자로 사물에 관한 묘사를 읽었거나 다른 사람이 들려준 얘기를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영상을 그린다.

그리고 그 영상이 꿈속에서도 나타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