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요즘 따뜻한 잠자리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쩌랴.나는 그들이 밤새 안녕한지 궁금하고 자꾸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누워 있을수 없다.

수반위에 좌대위에 그리고 편한대로 아무렇게나 놓아둔 돌들에 밤새 먼지는
않았는지..

내가 수석을 시작한 것은 지난 8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상무관을 마치고
귀국한후 격무에 시달리던 어느날 강바람이나 쐬러 가자는 박효식(전
동서증권 부사장)씨의 권유에서였다.

매주 혼자가는 것이 미안하던 터에 안사람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탐석에
나서게 됐다.

탐석은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날이 훨씬 많기는 하지만 이른 아침 집을 나서 하루종일
강가 자갈밭 때로는 바닷가 물속 깊은 산속을 거닐거나 풀섶을 헤치며
다니다 기다리던 돌을 만났을 때 느끼는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강돌에는 강의 역사가 흐르고 있고 산돌에는 산의 역사가 담겨져 있다.

세상사가 뜻과 같지 않을때 그를 보노라면 그는 나에게 강물처럼 흐르라고
충고하고 정신이 산란스럽고 마음이 어지러우면 풍파에도 거침없이 맞서는
태산이 되라고 가르친다.

말없는 나의 스승이고 동반자인 셈이다.

처음 탐석할때는 기암괴석에만 눈이 가더니 나이가 들수록 문양석이나
평평하게 생긴 돌에 더 애착이 간다.

풍파에 깎인 예각이 못내 아쉬워서인지 모르겠다.

돌과 같이 욕심없이 흔들리지 않은 무심한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나의 건강비결이다.

나의 아호 "일석"처럼 이다음에 정말로 하나의 돌이 되어 남을수 있을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