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경제가 심상치않다.

환란을 겪은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변곡점이 보이질 않는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으며
막소 폭까지 커지고 있다.

실업률은 사상최고치를 기록중이다.

한마디로 완연한 디플레이션 양상이다.

게다가 국제금융의 메카라는 지위도 흔들린다.

부동의 1위였던 경제자유지수 순위가 2위로 밀려났다.

지난달 27일 홍콩 주식시장은 4.2%나 빠졌다.

홍콩의 3.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7%라는 발표에 영향을 받은 탓이다.

"1분기(-2.7%)보다 2분기(-5.2%)가 더 많이 위축됐는데 3분기에는 낙폭이
훨씬 커졌다.

그렇다면 4분기는 -10%를 넘지 말라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는 게 투자가들의
인식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10월의 물가상승률은 17년만의 최저치인 0.1%.

9월의 0.25%보다 0.15%포인트 떨어졌다.

전형적인 디플레다.

실업률은 5.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중이다.

내수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소매업의 매출이 올들어 18%나 줄어들었다.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자산가치는 절반정도 떨어져있는 상태다.

전형적인 디플레다.

경제가 꽁꽁 얼어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홍콩경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홍콩상공회의소가 기업경영자들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서 내년의 경제가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불과 9% 뿐이었다.

"내년 9월까지 홍콩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라(안니 다사우니 살로먼 스미스
바니 투자분석가)"는 말 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월이후 한때 홍콩이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는 분석이 국제금융계에서
나오기도 했었다.

홍콩정부가 달러를 대대적으로 풀면서 환투기꾼들의 공격을 물리쳤을 때의
상황이었다.

당시 7천선 아래였던 항생지수는 심리적 지지선인 1만선을 한달도 안돼
회복했었다.

그러나 이는 유동성확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다는 게 지금의 분석이다.

환투기세력과 싸우면서 12%까지 올라갔던 금리가 6%대로 내려오면서 돈이
한꺼번에 풀린 덕분이었다는 것.

소비위축과 수출감소, 외국자본의 이탈 등 홍콩경제가 안고 있는 근본
문제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홍콩을 바라보는 외국의 시각은 예전과는 분명히 다르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홍콩의 경제자유지수를 떨어뜨려 1위에서 밀어낸 게
단적인 예다.

싱가포르가 국제금융메카라는 홍콩의 자리를 넘보며 홍콩선물거래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콩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점점 두꺼워져가고 있는 느낌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