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재 < 충남대 언어학과 교수.역학연구가
cjseong@hanbat.chungnam.ac.kr >

주역 계사전의 삼재는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삼재의 개념은 훈민정음 제자해의 중성자 곧 홀소리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아래 아로 일컫는 "."는 그 꼴이 둥근데 이는 하늘을 본딴 것이며, "ㅡ"는
평평하니 땅을 나타내며, 마지막 "ㅣ"는 서 있으니 하늘과 땅의 가운데 있는
사람을 본딴 것이다.

그밖의 홀소리는 이 기본 세글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니 곧 하늘과 사람,
사람과 땅, 그리고 하늘과 땅이 서로 어우러진 것으로 파악된다.

진정 멋진 착상이 아닐 수 없다.

삼재라는 용어가 공자가 지은 계사전에 처음 등장한다고는 하지만, 하나에서
셋이 탄생하는 일생삼법은 우리 민족 고유의 주체성이 살아 있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최치원 선생이 전해주는 천부경의 이치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삼태극으로 알 수 있는 우리 민족 저변의 삼재 개념이 홀소리 창제의
과정에 여실히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학계와 언론계 그리고 정부의 일치담합으로 우리 한글은 참다운 발전
의 길을 착실히 걸어왔다.

이는 일제의 강점기에서도 우리의 민족혼이 시퍼렇게 살아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멋들어진 한글 가로쓰기가 언론의 세로쓰기를 대체하였으며 등본을 비롯한
제반 행정서류도 컴퓨터의 보급과 함께 일괄 한글전용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지금 국회상임위에서는 한글전용법 폐지를 위한 안건을 토의하고
있다.

이는 초등학교에서의 한자교육 실시와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한문을
직접적인 표제어로 버젓이 올려놓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기 위한 몸부림의
서막이다.

고인이 되신 세종대왕의 눈물이 보인다.

일본문화의 개방으로 뒤숭숭한 요즈음 민족혼을 일깨우지는 못할 망정
짓밟으려고 하는 한심한 무리들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한글은 다름아닌 우리의 얼 그자체이다.

한자를 괄호에 넣어서 처리하지 않고 우리 한글과 섞어서 혼용한다는 것은
얼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가뜩이나 일본의 극우세력들은 자금까지 대어가며 한국에서의 한자부흥운동
을 열심히 밀어주고 있는 판국인데...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