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 임직원들은 요즘 동종업계 사람들로부터 한껏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사회에서"연말에 2백% 안팎의 특별보너스를 지급한다"는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올해 애경산업의 매출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20%나 늘었다.

순이익도 지난해의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사회는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결과라고 보고 특별보너스를 지급키로
했다.

애경산업의 경영실적은 동종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회사는 4,5년전까지만 해도"부실기업"으로 여겨졌다.

합작파트너였던 유니레버와 결별한뒤 부채율이 8백70%까지 치솟아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지금은 부채율이 3백20%로 떨어졌다.

내년엔 2백%로 낮추기로 했다.

애경산업이 IMF시대에도 고성장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할수 있는 것은 남보다
먼저 구조조정을 마치고 마케팅을 강화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IMF사태가 터지기 직전 구조조정을 끝냈다.

유니레버가 떠난뒤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95년부터 3년동안 대대적으로
"수술"을 단행했다.

우선 회사 조직을 현장 중심, 실무자 중심으로 바꿨다.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처할수 있도록 많은 권한을 현장으로 넘겼다.

지원부서는 소수정예화했다.

한때 1천7백명이 넘던 인원은 1천2백여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생산.마케팅.연구 등 이익창출과 직결된 부문엔 인력을 보강했다.

보다 중요한 변화는 마케팅에 힘을 실어준 사실이다.

그렇다고 마케팅부문의 조직과 인력을 대대적으로 늘리진 않았다.

그 대신"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거두는 방법을 강구했다.

전략적 제휴 및 공동마케팅이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로 다른 기업의 조직과 인력을 활용해 매출증대를 꾀한 것이다.

대표적인 전략적 제휴 사례로는 공동물류회사 설립을 들 수 있다.

애경산업은 96년10월 동원산업 삼양사 대한통운 및 일본 미쓰비시와
공동으로 레스코라는 물류회사를 세웠다.

이를 통해 취약지역 물류를 대폭 강화했다.

가령 부산지역에서는 동원산업의 물류센터를 활용하게 됐다.

제약회사 보험회사 영화사 등과 손잡고 벌인 공동마케팅도 위력을 발휘했다.

애경은 96년말 면도기제조회사인 도루코와 제휴했다.

한때 면도기시장을 석권했던 도루코는 이 무렵 외국업체들에게 밀려
일회용면도기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두 회사가 손잡은 뒤 시장점유율이 33%까지 회복됐다.

애경은 면도기를 팔아준 댓가로 짭짤한 이익을 챙겼다.

애경산업은 현재의 안용찬 사장이 취임한 95년이후"마케팅 지향 회사"를
경영방침으로 내걸었다.

생활용품 화장품 등 주로 소비자와 직접 관련되는 상품을 생산하는 회사의
특성상 무엇보다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전략적 제휴, 공동마케팅 이외에 "빅 브랜드"육성,
틈새시장 공략 등에 힘을 쏟았다.

특이한 점은 많은 기업들이 경제위기가 터진 뒤에야 허겁지겁 추진한
"죽이기 전략"을 애경은 1,2년 앞서 단행했다는 사실이다.

"죽이기 전략"이란 시장에서 1,2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브랜드나 품목을
퇴출시키고 힘을 빅 브랜드 육성에 집중시키는 것.

애경은 이 전략을 통해 하나로 스파크 퍼펙트 마리끌레르 B&F 등 많은 빅
브랜드를 띄웠다.

구조조정의 성과는 예상외로 빨리 나타났다.

애경산업은 93년이후 연평균 15%대의 고성장을 지속했다.

그 결과 93년 1천2백52억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2배 수준인 약2천5백억원으로
늘게 됐다.

또 적자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 95년 3년만에 흑자로 돌아선뒤 올해로
4년째 흑자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애경산업 임직원은 아직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지금도 경쟁사 사람들보다 1시간 먼저 출근하고 1시간 늦게 퇴근한다.

"대리점 셔터 올려주기 운동"도 벌이고 있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