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연구기관장들은 내년 경제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수출촉진을
꼽았다.

그 다음 기업 구조조정과 신용경색 해소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내년에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에 대략 6대 4의 비중을 두고 경제정책
을 펼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등 국내 10대
연구기관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IMF시대 1년의 정책과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IMF체제 1년간의 경제개혁 실적은 기대에 못미친다고 평가했다.

[ 한국개발연구원 이진순 원장
산업연구원 이선 원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경태 원장
한국조세연구원 유일호 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
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 소장
삼성경제연구소 최우석 소장
LG경제연구원 이윤호 원장
현대경제연구원 김중웅 원장
한국금융연구원 정해왕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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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 벗어날 길 - 수출밖에 대안 없다

내년 위기극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수출증대를 꼽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위기 탈출구는 수출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선 산업연구원장은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1천3백원대에서 환율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도 "외채축소와 균형성장으로의 복귀과정에서
내수확대엔 한계가 있다"며 "당분간 수출에서 위기극복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구조조정과 신용경색 해소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금융구조조정이 일단락됨에 따라 이젠 기업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부채 위기가 외환위기에 이어 새로운 뇌관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자금시장엔 해빙무드가 찾아오고 있지만 실물경제는 여전히 찬겨울이라며
신용경색을 완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외자유치가 경제위기의 또다른 돌파구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인 빅딜과 관련,산업경쟁력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60%를 차지했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빅딜에 대한 집착은 버려야 한다"며
"기업구조조정의 본질은 이윤지향적 경영을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은 "기업 구조조정은 금융기관이 자율권을 갖고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 새해의 2대과제 - 구조조정/경기부양

내년엔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데엔 이견이
없었다.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마무리, 대외신인도를 높이고 위기해결 비용을 최소화
해야 하는 동시에 실물경제 붕괴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적절한 경기부양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처방이다.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경기부양을 위해선 재정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려나가는 한편 통화정책을 적절히 조합
하는 정책조합(policy mix)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은 "정부가 시장보다 잘할 수 있다는 오만이나 시장
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정부가 개입한다는 핑계는 오히려
경제회생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구조조정은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 적정 외환보유고 - 6백억달러 넘어야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해선 낙관론이 우세했다.

가용외환보유고가 올 연말엔 5백억달러 수준에 육박하는데다 구조조정이
올해안에 일단락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경기회복 국면에 들어서 외환사정은
더욱 호전될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특히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에 대비하기 위해선 최소한 6백억달러를 넘는
외환이 확보돼야 할 것이란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제2환란의 불씨는 아직도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기관장중 40%는 환란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 낙관론에 제동을
걸었다.

아직 해외분야에 불안요소가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막대한 외채도 암초로 지적됐다.

환란 재발을 막기 위해선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한편 외국자본 유입을 촉진
해야 한다는게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특히 외채상환 및 경감방안을 마련, 대외신인도를 높여야 할 것으로 분석
됐다.

[] 내년의 경제전망 - 플러스성장 할수도

연구기관장중 80%는 내년에 플러스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에 이어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할 것이란 응답률은 10%에 그쳤다.

플러스 성장론은 구조조정이 어느정도 마무리되고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약효를 발휘하면서 소비와 투자가 미미하나마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이다.

최근 미국의 잇따른 금리인하등 국제금융 환경도 한국경제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내년엔 경기하락 속도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일
것이란게 공통된 견해였다.

모든 연구기관장들이 내년에 경기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내다본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경기저점 통과시기는 상반기와 하반기가 각각 50%로 팽팽히 맞섰다.

또 한국경제가 IMF 터널을 벗어나 적정성장률에 올라서는 시기는 2000년과
2001년이란 대답이 각각 40%를 차지했다.

유일호 한국조세연구원장은 "섣부른 낙관이나 지나친 비관은 모두 금물"
이라고 강조했다.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장은 "IMF체제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며 "국민들이
고통을 분담해 슬기롭게 넘긴다면 한국경제에 보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의 개혁성적 - 낙제점은 일단 면해

이들 10명의 응답자가 평가한 IMF시대 1년간 정부의 구조조정 성적표는
65점(1백점만점)이었다.

가장 잘한 부문은 금융(74점)이었으며 미진한 분야는 공공부문(54점)으로
조사됐다.

기업과 노동부문도 각각 64점과 60점에 머물렀다.

공공개혁의 경우 실행속도가 느리고 본질적인 수술은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기업 구조조정은 정부 및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노동부문도 사회안전망 구축과 실업대책 효과가 부진했다는게 중론이었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