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회계자료는 국내외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등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어버린지 오래다.

분식회계와 부실감사가 예사롭게 이뤄져 온 탓이다.

대출이나 절세 주가조작등을 위해 기업주가 이익을 부풀리거나 줄이는
분식회계가 비일비재했다.

실제로 작년말 결산에서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키는등 부실회계처리가
적발돼 공인회계사의 지적을 받은 12월 결산법인이 30개에 달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엄정히 감사해야할 공인회계사들도 부실감사 투성이였다.

기업이 회계법인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자유수임제도 때문에 감사인들은
일감을 잃지않기 위해 분식회계를 눈감아 줬다.

지난 한햇동안 증권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가 실시한 1백42회의 감리결과
39회(27.5%)의 지적사항이 나왔을 정도다.

회계기준을 수시로 바꿔온 정부의 책임도 크다.

작년말 환율 급등으로 기업의 환차손이 급증하자 환차손을 이연처리토록
회계처리방식을 변경,고무줄회계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회계투명성에 대한 국내외의 요구가 거세지자 정부는 회계제도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감리강화와 감사인의 독립성 강화가 그 처방전으로 제시됐다.

수시감리 등 감리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회계법인끼리 서로 감리하는
제도(peer view)도 도입할 방침이다.

감리대상을 확대해 감리받는 회사수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또 감사선임위원회가 감사인(공인회계사)을 선택하도록 제도를 개선,
기업주가 임의대로 공인회계사를 갈아치우지 못하도록 했다.

감사인의 독립성을 높여 소신있는 감사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분식회계와 부실감사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감리결과 재무제표가 엉터리로 작성됐다면 공인회계사를 형사고발 조치토록
할 방침이다.

여기에다 다른 주주들을 대표해 기업임원이나 감사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
을 제기할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 도입도 추진중이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분식회계나 부실감사 사이 적발될 경우 막대한
액수의 손해배상이 불가피해져 부실회계가 차츰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