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정임(36.가명.강원도 강릉시)씨는 요즘 남편과 자주 다툰다.

지난해 여름 3천만원의 적금을 타 주식투자를 했다가 크게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4백50만원으로 원금의 15%에 불과한 상태다.

김씨가 매입한 주식은 최근 합병한 S은행과 H은행주였다.

증권사 창구직원은 은행주가 안정성이 높고 가격도 적당하다고 추천했다.

그러나 이들 주식은 증시침체로 주가가 떨어진데다 10주당 1주꼴로 감자를
겪으면서 85%이상의 평가손을 기록했다.

IMF 구제금융을 받은후 지난 1년간 주가폭락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김씨만이
아니다.

한푼두푼 모은 돈을 불려보려고 주식에 투자했던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는
커녕 빈털터리 신세가 됐다.

외환위기가 다가와 국가가 부도사태에 몰리면서 증시는 지난해 가을이후
폭락을 거듭했다.

지난해 9월 초 700선을 넘던 종합주가지수는 올 9월에는 300선 이하로
떨어졌다.

10월 이후 외국인의 자금유입으로 450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개미군단"은
이미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고난 뒤였다.

개미군단이 치명상을 입은 것은 주가하락 과정에서 일반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한 금융주 등이 특히 큰 폭으로 떨어진 탓이다.

동원증권의 압구정지점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들은 지난해 연말 주가가
급락하면서 대부분 원금을 날리고 증시를 떠나 당시 투자자중 남아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밝히고 있다.

증시는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7백50개 상장사의 싯가총액은 최근 1백조원대에 진입해 IMF관리체제로
접어들기 직전인 지난해 11월의 95조원 수준을 웃돌기도 했다.

현재의 주가는 당시수준인 506.07포인트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 1년간
유상증자로 상장사들의 자본금이 10조원 이상 불어난 점이 1백조원대 회복의
요인이 됐다.

외국인 선호주를 중심으로 상당수의 종목은 주가회복세를 타기도 했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주가는 아직도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이같은 상황은 주요증시지표를 개괄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일반인의 시장참여 상황을 알려주는 고객예탁금은 증시가 활황국면을 보이고
있음에도 아직 3조원 선에 미치지 못한다.

9월에는 2조원선을 밑돌기도 했다.

IMF이전에는 증시 상황이 좋지 못했지만 예탁금은 3조원을 웃돌았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는 약3천억원에 불과해 당시보다
90%이상 급감했다.

이는 지난해 연말이후의 주가대폭락때 신용투자를 했던 사람들이 증시를
떠난데다 자금공급처인 증권사도 신규공여를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가폭락으로 액면가를 밑도는 종목도 당시엔 30%에 미치지 못했지만 현재는
전체 종목의 절반을 넘고 있다.

특히 1천원에도 미달하는 종목도 1백50개를 웃돌아 당시의 5배 이상
수준이다.

좀더 자세히 뜯어보면 일반인의 피해는 숫자이상으로 심각하다.

보통사람들이 많이 보유한 은행등 금융주나 중소형주의 하락폭이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가 선호하는 대형우량주의 그것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도가 나 주식이 휴지조각화한 상장사도 대부분 중소업체들이다.

상장사 규모별로 비교해보면 대형주는 지난 1년간 6%선의 하락에 그쳤다.

반면 중형주는 40%, 소형주는 30%가량씩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은행업은 절반이하, 종금업은 4분의 1수준으로 하락했다.

전체 금융업종 지수도 당시의 2분의 1선에 불과하다.

이에비해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 많이 보유한 한국전력 삼성전자 포항제철
SK텔레콤 등 싯가총액 상위사는 오히려 주가가 상승해 대조적이다.

한전은 1년전에 비해 70% 이상 올랐고 삼성전자도 50%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포철과 SK텔레콤 역시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결국 개미군단만 증시침체 속에서 가속화되는 주가차별화 현상으로 "이중고"
를 겪은 셈이다.

올 하반기 들어 금리인하에다 경제회복 기대감으로 증시는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IMF이후의 주가 디플레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증권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시장상인 등 일반 서민고객이 많은 쌍용증권 관악지점의 홍성태 지점장은
"최근 금리인하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일반인이 객장에 다시 모습을
나타내고 있지만 시장참여 열기는 아직 IMF 이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 최인한 기자 jan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