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더이상 버틸 수 없으니 차라리 죽여주세요"

회생을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한보계열사가 법원에 "안락사"를 신청했다

상아종합판매는 3일 회사의 현재 영업수익만으로는 빚을 갚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앞날도 기약할 수 없다며 서울지법 민사합의 50부에 법정관리중
청산을 신청했다.

상아종합판매는 신청서에서 "모기업 한보와 상아제약등의 연쇄부도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향후 회생가능성이 없어 청산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안락사를 신청한 것은 회사정리법 191조에 따른 것.

이 조항에는 "법정관리기업은 사업계속등 존속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현재의
영업수익만으로 채무변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청산을 신청할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의 한 판사는 "법원의 폐지결정에 앞서 기업이 청산을 신청할 경우
절차상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더이상 법원이 제공하는 "산소호흡기"에 기대어 연명하기 보다 장렬한
전사를 택한 것.

상아종합판매는 의약품등을 판매하는 유통전문회사로 지난해말 한보 상아제
약등 모기업과 함께 부도를 낸 뒤 법원을 찾았다.

지난 4월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 개시결정을 받아 회생의 길을 모색했으나
모든 여건이 여의치 않아 파산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