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 "하나비"가 주말 상영된다.

지난 10월 일본 대중문화가 전격 개방된 이후 처음으로 한국관객을 찾는
일본영화다.

하나비는 4대 국제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아카데미) 수상작으로
한정된 이번 개방대상 작품중 가장 최근작이자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영화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나비의 인기도에 따라 개봉 대기중인 다른 작품들의 흥행성적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비는 97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같은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상영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본 대중문화계 최고의 엔터테이너로 불리는 기타노 다케시가 감독 각본
편집에 주인공으로까지 맹활약하며 만들어냈다.

일명 "비트 다케시"라고 불리는 그는 코미디언이 본업이지만 감독 배우
화가 칼럼니스트 토크쇼 진행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하나비는 "그남자, 흉폭함에 대하여" "소나티네" "키즈리턴" 등에 이은
그의 7번째 작품이다.

일본어 하나비는 꽃을 의미하는 하나와 불을 뜻하는 비를 합친 말로
"불꽃놀이"를 가르킨다.

꽃과 불을 굳이 하이픈(-)으로 연결한데서 암시하듯 사랑과 폭력, 대화와
침묵, 삶과 죽음 등 생을 구성하는 여러 측면들을 독특한 기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영화는 폭력계 동료형사인 니시(기타노 다케시)와 호리배(오수기 렌)가
두축을 이루고 있다.

호리배는 니시를 대시해 잠복근무를 하다 총에 맞아 하반신을 못쓰게 된다.

아내마저 도망치자 그는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니시가 보내준 그림도구를 받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낸다.

니시는 야쿠자 소탕이 전문이지만 불치병에 걸린 아내와 호리배의 생활비를
대기 위해 폭력조직에 빚을 진다.

경찰에서 해고당한 후 그는 은행을 털어 빚을 갚은 뒤 아내와 여행을
떠난다.

야쿠자와 후배경찰의 추격을 받던 니시는 마침내 바다에 도달하고 짧은
여행의 끝을 맺는다.

영화는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 두사람이 각각 운명에 대응하는 모습을
병렬시키며 그려나간다.

결과는 삶과 죽음으로 갈렸지만 무엇이 좋고 나쁜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감독은 비사회적으로 보이는 니시의 인물형에 무한한 애정의 눈길을
보낸다.

영화는 대사를 극도로 아끼는 절제력과 화면의 여백을 풍성히 주는 독특한
감각으로 새로운 미학을 보여준다.

험상궂게 생긴 주인공 니시의 대사는 거의 없다.

오직 주먹과 발길질로 대답할 뿐이다.

아내의 대사도 마지막의 두마디 뿐이다.

감독은 빈공간을 호리배가 그리는 선명한 그림과 정밀한 화면으로
채워나갔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할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