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정부청사 공무원들의 입맛을 잡아라"

대전지역 소주시장의 패권을 놓고 업체간 사활을 건 한판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대중주인 소주는 공무원들의 입맛에 따라 판도가 바뀌는게 특징.

이에 따라 소주업체들은 새롭게 형성된 청사 인근의 시장도 시장이지만
이곳을 장악하면 전체 대전시장의 점유율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보고 기선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업체간 경쟁에는 가장 고전적인 시장바닥 누비기를 비롯해 시음행사, 판촉
코너 설치, 무차별 광고전단 살포 등 모든 마케팅 전략이 총동원되고 있다.

"머리"와 "몸"을 다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경력직 영업사원의 스카우트
몸값이 올라가는가 하면 주부사원이나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중심가나 대학가를 찾아다니며 시음을 권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주당들은 난데 없이 경사를 만난 셈이다.

소주전쟁이 일기 시작한 것은 물론 정부청사의 대전 이전이 계기가 됐다.

처음 경쟁의 불을 당겼던 두산경월측은 어찌나 고강도의 판촉활동을
벌였던지 타업체로부터 불공정행위가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종전에는 맥주사업부에서 소주홍보까지 맡았으나 최근들어서는 소주홍보
전담반이 따로 가동중이다.

박종인 과장은 "구조조정에 따라 전체적인 강도는 약화된 상태지만 대전
지역에 대한 홍보기조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며 회사 분위기를 들려 줬다.

터줏대감격인 선양은 주류판매경력이 많은 영업사원 7명을 충원하는 등
영업조직망을 강화했다.

대기업과 한판승부를 벌여야 하는 선양으로서는 자금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낮밤없이 몸으로 뛴다는 전략.

낮에는 소매점을 찾아다니며 향토술 판매를 권하고 밤에는 음식점에 나간다.

"우리회사로서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절대절명의 상황입니다. 사운을 걸고
시장지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백인기 사장)

진로는 청원에 공장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충청인의 술"이라는
캐치프래이즈로 공략중이다.

지난 6월부터 지역신문과 택시탭(지붕) 광고를 시작했다.

회사사정이 어려워 타지역광고는 중단했지만 대전지역 광고는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저녁에 대형음식점에 나가서는 어깨띠를 두르고 주문을 받고 그릇을 치우는
등의 서비스도 해준다.

김광식 본부장은 "공무원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왔기 때문에 진로에 친근감
이 있다"며 "우리의 승리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대구경북을 본거지로 하는 금복주도 뛰어들었다.

금복주는 중부권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거나 다름없어 우선은 인지도
제고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지난 두달동안 시민들에게 뿌린 술만도 2홉들이 소주 7만병이 넘는다.

영업사원 7명과 주부사원 8명을 증원했다.

이완술 소장은 "자도시장 이외지역에서의 시장공략에 나선 것은 대전이
처음"이라며 "확실한 술맛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 대전=이계주 기자 leeru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