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가운데 정책평가위가 2000년까지
공무원 여성 채용 목표를 현재의 20%에서 30%로 늘리자고 제안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정책위는 아울러 일정규모 이상 여성을 채용하는 공기업에는
세금을 감면하거나 장려금을 지급하고 여성 우선해고 등 부당노동행위를
예방하고 시정하도록 행정감독을 강화하자고 건의했다.

정책위의 이번 제안은 3일 정부와 여당이 실직 여성가장들의 창업지원을
위해 3백억원을 배정하고, 여성가장을 고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6개월동안
임금의 2분의1(대기업은 3분의1)을 채용장려금으로 지급키로 하는 등 여성
실업 해결책을 마련한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IMF를 핑계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실로 한심한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98년 교육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졸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6%로 29개 회원국중 꼴찌다. 대다수 회원국에서
남녀의 경제활동 비율에 큰 차이가 없는데 유독 한국만 남성(95%)과 여성이
현격한 격차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대졸여성의 실업률이 고졸여성보다 높은
(1.4배) 유일한 나라로 기록됐다.

실제로 지난해 정무2장관실에서 조사한 정부투자기관 여성직원 비율은
15.5%, 그나마 과장급이상 간부는 1.1%에 불과했다. 정부투자기관중 직원수가
가장 많은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여직원은 1.9%, 과장급이상은 0.1%였다.
공기업의 경우 공개채용시험에서 여성에게 인센티브를 주도록 권장했음에도
불구하고 1백6곳중 이를 실천한 곳은 15개로 14.2%에 그쳤다. 공기업이 이런
지경이니 다른 곳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IMF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현저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돼
있지만 거센 구조조정 바람 속에서 현실적으로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여성취업 문제는 더이상 방치될 수 없는 사회적 과제다. 따라서 정책평가위
의 여성공무원 채용목표 확대안은 적극적으로 수용해 볼만하다고 생각된다.
채용목표제만으로 부족하다면 고용할당제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
할당제의 경우 남셩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대의견이 있으나 누적돼온 남녀
불평등의 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채용목표제가
2000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제도임을 감안할 때 정부와 공기업만이라도
하루속히 수용,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실업 해소라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인력을 사장시킨채 21세기 지식
산업사회로 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갑자기 여성채용을 늘리다 보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 여성의 상위직 진출이 저조한데는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여성
자신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가능하다. 하지만 기존의 선입관과 편견
으로 더이상 여성인력을 사장시키는 것은 21세기 정보사회로의 진입을 늦출
뿐이다. 지식기반산업은 섬세하고 유연한 여성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