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는 3일 공공사업 효율화방안을 발표하면서 비효율로 얼룩진 공공사업
의 실상을 일부 공개했다.

일종의 "자아비판"이었다.

한해 50조원에 이르는 공공사업을 "주먹구구식, 나눠먹기식, 밀어붙이기식"
으로 졸속 추진했다는 것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우선 사업시행여부를 결정하는 타당성조사부터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진행됐다.

연간 2백50만명 이용을 장담하면서 7백51억원을 쏟아부은 청주공항이
대표적 사례.

21세기 세계화시대를 대비한다던 청주공항은 현재 국내노선 2편만 뜨고
내리는 "골칫덩이"로 전락해있다.

하루 이용객수 2백14만명이라고 점쳤던 서울시 지하철 5호선의 경우
이용객수가 4분의 1(52만5천명)에 불과하다.

94년부터 98년까지 이뤄진 33건의 타당성조사중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는 울릉도공항 단 1건이었다.

절차나 합리성을 무시한 공사강행은 공사비만 눈덩이처럼 불리는 결과를
낳았다.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사업비만 5조8천억원에서 18조4천억원으로 3배로
늘어났다.

사업기간(1단계)도 91~98년에서 92~2004년으로 6년이나 지연됐다.

정작 돈을 써야할 중요한 대목에선 구두쇠가 돼 더 큰 손해를 본 경우도
있다.

특히 설계분야가 그렇다.

지금까지 설계비와 설계기간은 선진국의 50%안팎에 불과, 부실공사와 잦은
설계변경의 원인이 됐다.

지난 95년이후 건교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이 시행한 2백18건의 공사
(사업비 10억원 이상)의 경우 모두 9백17회나 설계를 고쳐 공사비가
2조3백억원에서 2조9천억원으로 43% 늘어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건교부는 이같은 비효율성이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크게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송진흡 기자 jinh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