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거실이 넓으면서도 마당있는 집을 짓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욕심.

그러나 땅값은 비싸고 땅이 있어도 "넓은 공간과 마당"이라는 두가지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최선암씨(45) 집은 적벽돌 일색의 다세대주택 틈에
하얀 노출콘크리트로 표면을 처리해 눈에 쉽게 띤다.

독특한 외형을 가진 이 집은 짜임새있는 설계로 좁은 땅의 한계를 극복,
넓은 방과 거실, 마당을 갖고 있다.

건축비용이 평당 3백만원씩 3억원(건축면적 1백평)이 들었지만 집을 지으
려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갖고 볼만한 장점을 많이 갖췄다.

우선 각 층 복도를 과감히 생략하고 별도의 계단실을 만들어 방 거실 등
모든 공간이 계단과 직접 연결되도록 했다.

따라서 복도공간을 없앤 만큼 모든 방과 거실이 넓어진 것이다.

3층 거실을 제외한 1,2,4층에는 2~4평 크기의 마당도 조성했다.

1층 마당은 키작은 나무와 자연석으로 꾸몄고, 2층 마당은 바닥을 흙빛깔
대리석으로 처리했다.

주인부부가 쓰는 4층 침실의 마당은 외부를 반투명 유리로 마감, 바깥으로
트인 듯한 느낌을 갖도록 연출했다.

동-남-서 등 3 방향에서 햇빛이 동시에 집안에 들도록 설계한 것도 특징.

마당과 테라스 등에 유리를 절묘하게 배치, 반사각이 온 집안을 두루 비치
도록 했다.

3층 거실과 4층 침실의 천정은 투명유리로 깔아 채광도를 한껏 높였다.

이로인해 집 외벽이 콘크리트로 막혀있는데도 채광에 문제가 전혀 없다.

방 배치에도 신경을 썼다.

모친과 큰아들 방을 각각 2층에 두었다.

이는 설계자 김 헌씨(예다건축)의 깊은 뜻이기도 하다.

할머니와 손자방을 같은 층에 놓아 할머니가 손자의 인기척을 느끼도록
했고 식구들의 외출 및 귀가시 자연스럽게 집안 어른께 인사드리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 집의 터는 57평.

구조는 지하 1층, 지상 4층인데 4층위에 10층 크기의 서재를 마련해 얼핏
보면 5층 같아 보이기도 한다.

지하층과 1층은 4천만원에 임대를 놓았으며, 2~4층을 최씨 식구들이 쓴다.

집주인 최씨는 "방 거실 등의 공간이 넓고 마당이 있어 1년 이상을 살았는
데도 가끔은 낯선 곳에 온듯한 신선감을 느낀다"며 마음에 들어한다.

< 방형국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