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순채권국"

한국은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대외채무보다 채권이 많은 순채권국 대열에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외채가 과소평가된 반면 대외자산은 과대평가돼 있다는 통계상
허점에 따른 것으로 실제로 순채무국에서 벗어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4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연이은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에 힘입어 내년에 순채권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한국 총외채는 1천5백35억3천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대외자산은 1천3백24억2천만달러에 이른다.

총외채에서 대외자산을 뺀 순외채는 2백11억1천만달러다.

지난해말에 비해 무려 3백15억달러가 줄어든 금액이다.

이에따라 지난달부터 내년말까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2백70-2백80억달러
의 경상수지 흑자액만으로도 내년중 총외채보다는 대외자산이 많아질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순채권국가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더욱이 국내기업의 해외매각이 활성화되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날 경우
순대외채권 규모는 더욱 불어나게 된다.

통계수치상으로만 그렇다는 얘기다.

여기엔 허점이 많다.

대표적인게 기업 현지금융.

국내기업 해외현지법인이 외국금융기관으로부터 빌려쓴 돈은 외채에 잡혀
있지 않다.

2백77억달러(9월말 현재)로 추정되는 액수다.

이에비해 대외자산은 과장돼 있다.

국내기업 현지법인에 대한 금융기관 대출금은 사실상 순수한 대외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또 국내 금융기관들이 고수익을 노리고 동남아 및 러시아 채권에 투자해
발생한 손실도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처럼 외채가 과소평가돼 있고 대외
자산은 부풀려진 상태에서 내년중 순채권국으로 도약한다는 의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