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1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12년만에 한자릿수 유가
시대가 다시 열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기준으로 삼고있는 OPEC바스켓
유가가 12월 들어서면서 배럴당 9달러선까지 주저앉은 것을 비롯 우리나라
수입원유중 대종을 이루는 중동산 두바이 유가도 지난 86년 7월이래 처음
한자릿수대로 폭락했다.

올들어서만도 하락폭이 40%에 달하고 바닥을 치려면 아직도 20%정도는 더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아시아 경제가 회복되는 2000년까지는
이같은 저유가시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유가가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등
아시아지역의 수요가 하루 20만배럴 이상 줄어든 데다 최근의 OPEC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감산원칙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멕시코 등 비회원
국들이 마구 기름을 쏟아내고 있고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등 일부 회원국들
마저 금융위기에 휘말리면서 감산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형편이다.

저유가시대의 장기화 전망은 우리나라처럼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로선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유가가 현수준을 유지할 경우 원유도입액이 크게
줄어들어 올해만도 연간 80억달러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또 국제유가가 배럴당 5달러 떨어지면 생산자물가를 1%포인트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이고 보면 유가하락이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바도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가하락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10위권에 올라있고 연간 에너지수입액
(97년)이 2백71억달러로 총수입액의 20%에 육박한다. 국민들의 에너지절약
의식이 희박한데다 산업구조는 에너지 다소비형으로 돼있고 에너지 효율마저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IMF사태로 이같은 에너지낭비벽이 개선되는가 했는
데 지나친 국제유가하락이 소비자들의 긴장해이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또 산유국들의 석유판매수입이 줄어들면서 우리의 대산유국 수출도 위축되
고 있으며 특히 중동 산유국들의 구매력 저하가 우리의 건설 상품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어 다각적인 노력과 대책을 필요로 한다.

유가는 국제정세에 따라 변덕이 심하고 에너지위기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최근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에너지관련 보고서는 2050년께 선진국의
생활수준이 극심한 에너지원 고갈로 인해 1920년대로 후퇴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저유가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여 에너지정책이나 절약
마인드가 흐트러져서는 안된다. 오히려 지금처럼 여유가 생겼을 때 더욱
자세를 가다듬어 에너지위기 대응능력을 기르고 에너지 다소비형산업구조의
개편작업과 함께 대체에너지 개발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