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의 태도가 최대 변수다"

외환 딜러들이 향후 환율움직임을 전망하면서 반드시 붙이는 단서다.

이들은 만일 외환당국의 직.간접적인 개입이 있으면 미국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달러당 1천2백50~1천3백원수준으로 하락(환율상승)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당국이 지금처럼 "시장메커니즘"만 강조할 경우 원화가치는 달러당
1천1백50~1천2백원 수준까지 상승(환율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원화가치가 1천1백90원대로 접어들었는데도 당국이 방관한다면
1백30억달러의 거주자 외화예금까지 "팔자" 대열에 합류, 원화가치의 급등도
배제할수 없다고 딜러들은 예측하고 있다.

말하자면 현재 상황에서 원화 값을 결정하는 최대변수는 원.달러 수급상황
이나 엔.달러환율이 아니라 외환당국의 태도라는게 딜러들의 얘기다.

외환딜러들은 당국의 시장개입가능성에 비중을 더 두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원화값 상승속도가 너무 빠르다는게 첫번째 이유다.

수급상황상 연말로 갈수록 달러 매물이 더욱 늘어나 자칫하면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게 두번째 이유다.

원화 값은 지난달 18일 달러당 1천2백원대로 올라선 이후 보름만에 90원
가까이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1천2백원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국도 환율의 급등락을 원하지 않는 만큼 달러당 1천2백원 수준에서 간접
개입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병돈 조흥은행딜러는 "성업공사의 자산해외매각대금 5억달러 등 공급이
줄을 잇고 있다"며 "달러당 1천2백원 수준에서 당국이 공기업을 통해 달러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간접 개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종수 외환은행딜러도 "현재 수준이 환율 저점이긴 하지만 달러공급우위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금이 정책적으로 환율을 관리할 시점임을 감안하면
당국의 자세도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당국의 개입이 있으면 달러당 1천2백50원, 없으면 1천1백90원 수준
으로 점쳤다.

물론 당국의 개입을 장담할 수 없다는 주장도 강하다.

현재의 원화강세가 엔화강세에 따른 현상인데다 IMF체제에서 당국이 섣불리
시장에 개입할 수 없다는 근거에서다.

홍원재 스탠더드앤드차터드은행 지배인은 "엔화 흐름에 원화 값이 좌우되고
있다"며 "당국의 개입이 없어도 달러당 1천2백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외환당국이다.

외환당국은 최근 아예 "입"을 닫아버려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외환당국 고위관계자는 이날 "환율은 시장메커니즘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면서도 "원화값이 갑작스럽고 빠르게 상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시장개입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5일자 ).